일본서 사라져가는 '서점 살리기' 운동…아이디어 총동원
지방자치단체 직영 서점에 클라우드 펀딩 서점도 등장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출판대국 일본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직영 서점을 여는 가하면 민간이 클라우드 펀딩으로 새로 서점을 여는 등 각종 아이디어가 동원되고 있다. 서점 감소를 막으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민간 조사회사인 알미디어에 따르면 작년 5월 현재 일본 전국의 서점은 1만2천여개로 2만개가 넘던 2000년에 비해 9천여개, 43%나 감소했다.
가장 큰 이유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잡지 판매가 부진한데다 서적의 인터넷 통신판매가 급속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로 시골마을 공동화 현상과 '탈(脫)활자화' 흐름에 따른 독자 이탈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출판 도매업체 '도한'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전국 기초 지자체의 22.2%인 420곳에는 아예 서점이 한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NHK에 따르면 도쿄(東京) 시부야(澁谷)에 있는 40년 역사의 '행복서점'도 20일 문을 닫았다. 각종 서적을 구비해 놓고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영업해온 이 서점은 근처에 사는 인기작가 하야시 마리코가 사인한 책을 구입할 수 있는 "하야시 마리코 팬의 성지"로 알려진 곳이다.
사람 왕래가 많은 오다큐(小田急)선 요요기우에하라 역 앞에 있는 이 서점의 폐점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단골손님 중 한 명은 "아침과 밤에 하루 2번씩 갔었는데 문을 닫다니 내 몸 일부가 없어진 느낌"이라며 눈물까지 흘렸다. 작가 하야시 마리코도 "역에서 내려 잠깐 서점에 들려 잡지나 신간을 사는 즐거움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니 쓸쓸해 진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서점을 살리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아오모리(靑森)현 하치노헤(八戶)시는 독서가인 고바야시 마코토 시장의 제의로 시 당국이 서점 운영에 나섰다.
재작년 12월에 문을 연 시영 '하치노헤 북 센터'는 8천여권의 책을 갖춰 놓고 있다. 잘 팔리는 잡지나 베스트 셀러책은 갖다 놓지 않는다. 지방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전문서적 등을 취급하는게 특징이다. 침착하게 책을 고를 수 있도록 서점 안에는 의자가 놓여 있고 해먹도 설치돼 있다.
매출로 감당하지 못하는 서점 운영비는 시 예산으로 충당하는 말그대로 '공영시설'인 셈이다.
고바야시 시장은 "서점이 사라지는 게 쓸쓸해 행정 당국이 서비스의 하나로 나서 보자는 하나의 제안"이라면서 "경영면에서는 도움이 안되는 책을 갖춰 행정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작년 8월 가가와(香川)현 다카마쓰(高松)시에 문을 연 '서점 루누간가'는 개업자금 일부를 '클라우드 펀딩'으로 조달했다.
인터넷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펀딩에 나서 목표 50만 엔(약 500민 원)을 크게 웃도는 75만 엔을 조달했다. 그림책과 국내외 소설, 에세이 등 6천여권을 구비한 이 서점은 펀딩으로 맺은 인연을 활용하기 위해 기부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이 서점에서 쓸 수 있는 전용 도서 카드를 나눠줬다.
대형 서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서점 주인 나카무라(35)는 "많은 사람이 이런 작은 거리에 서점이 있기를 바라고 있다는 걸 느껴 주민과 함께 만드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