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낙하산 묘기 훈련중 훈련생 구하고 전문강사 공중 추락사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지난해 영국에서 낙하산 묘기 훈련 중 낙하산 고장으로 훈련생이 긴급 상황에 놓이자 강사가 훈련생의 보조낙하산을 펴도록 한 뒤 자신은 400여m 상공에서 땅바닥으로 추락해 숨졌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사고는 지난해 4월 29일 영국 랭커스터 코커럼 블랙나이츠낙하산센터에 발생했다.
너츠퍼드 출신 스카이다이빙 전문교사 칼 마시(46)는 2천4백m 상공에서 훈련생 도미니크 리즈(39)와 함께 세스나캐러밴 비행기에서 낙하산 묘기의 하나인 결합대형 만들기(Canopy Formation) 훈련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먼저 뛰어내린 리즈의 주(主)낙하산에 문제가 생겨 낙하산이 펴지지 않았다.
400차례 스카이다이빙 경력을 갖춘 리즈였지만 당황한 나머지 어쩔 줄 몰랐다.
마시는 곧바로 뒤따라 뛰어내렸고 리즈는 자신 곁으로 다가온 마시에게 "브레이크 라인이 고장 났다"고 말했다.
둘은 급속도로 구름 사이를 지났다.
마시는 1천150차례 스카이다이빙 경력이 있는 영국 낙하산협회(BPA) 승인 전문강사였다.
마시는 "걱정하지 마라. 내 낙하산으로 안전하게 착지하면 된다"며 안심시켰다.
리즈는 당시 마시와 원활한 소통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웬일인지 마시는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고 지시라면서 "이제 줄을 끊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고 리즈가 술회했다.
리즈는 비상 레버를 당겼고 그의 보조낙하산은 마시 낙하산과 분리됐다.
그리고 자유 낙하를 해 안전하게 착지했다.
하지만 마시는 리즈의 주낙하산에 몸이 뒤엉켜 추락하기 시작했다.
리즈는 "주낙하산이 마시의 다리를 감쌌다"며 "극도로 흥분돼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으며 마시가 낙하산에 묶여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뒤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시는 몸에 뒤엉킨 낙하산 줄을 잘라냈지만 아마도 의식을 잃어 초고속으로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발성 부상으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BPA 토니 버틀러는 "낙하산 매듭이 느슨해지면서 토글(toggle)이 떨어져 나간 게 사고 원인이 된 것 같다"며 "이는 낙하산을 접어 넣을 때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리즈는 최근 열린 프레스톤의 검시 법원(coroner's court) 심리에서 이렇게 증언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20일 전했다.
마시의 아들 크레이그(19)는 사고 당시 지상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는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아버지"라며 "나의 영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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