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폭 소탕한다더니 '신장·티베트 분리주의' 맹렬 단속

입력 2018-02-20 13:56
중국, 조폭 소탕한다더니 '신장·티베트 분리주의' 맹렬 단속

'대정부 청원'도 단속 대상…검거 경쟁 과열에 부작용 우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조직폭력배와의 전쟁'에 나선 중국 정부가 정작 신장(新疆)과 시짱(西藏·티베트) 자치구의 분리주의자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말 조폭 조직과 관리들의 결탁을 경고하면서 이는 당의 근간을 위협하는 세력이라고 지목했다. 이에 중국 전역의 지방 정부가 조폭 소탕 작전에 돌입했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TV로 방송된 담화문에서 신장웨이우얼 자치구 정부는 조직범죄에 대해 '무관용 정책'을 펼 것이라며 단속 대상으로 분리주의 운동 등을 꼽았다.

신장웨이우얼 자치구 정부는 "가장 날카로운 칼날은 대중이 증오하는 삼합회 세력, 특히 세 가지 세력의 범죄에 집중될 것"이라며 그 세 가지 세력으로 '분리주의, 테러주의, 극단주의'를 꼽았다.

중국은 신장웨이우얼 자치구 수도인 우루무치(鳥魯木齊)에서 한족 지배에 항거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2009년 이후 이 지역에 치안병력을 대폭 강화하고, 위구르 언어와 교육, 종교 활동 등에 제한을 가하고 있다.

시짱 자치구 정부도 최근 성명을 내고 "'중도 노선'을 퍼뜨리는 삼합회 세력을 단속할 것"이라며 "문화와 환경, 모국어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목을 내건 달라이 라마 추종자들도 단속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도 노선'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의 완전한 독립을 포기하는 대신 중국 정부에 고도의 자치를 요구한 것을 말한다.

허난(河南)성, 산둥(山東)성, 허베이(河北)시 등 다른 지방 정부는 정부에 대한 청원을 선동하는 자들을 조직범죄로 단속할 것이라고 밝혀 빈축을 사기도 했다.

특히 산둥성은 관내 검사들에게 최소 한 건 이상의 조직범죄를 기소할 것을 지시하고 이를 인사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렇듯 지방 정부들이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조폭과의 전쟁'이 벌어진 지 한 달도 못 돼 6개 성 정부가 각각 1천 명 이상을 체포했으며, 중국 전체로는 9천 명 이상이 검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과열 검거가 인권 침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이런 조폭 척결 운동은 1983년, 1996년, 2001년, 2010년에도 각각 벌어졌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는 2009년 재직 당시 10개월간 대대적인 범죄 소탕에 나서 5천 명 이상을 검거하고, 30억 위안(약 5천억원) 이상의 재산을 압류해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당시 피의자들이 강요 때문에 허위 자백을 하고, 보시라이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이를 악용한 것이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충칭에서 피의자들을 변호한 양쉐린은 "이러한 소탕 작전에서 당국은 가벼운 범죄나 비(非)조직범죄를 조직범죄로 부풀리기 일쑤"라며 이번 소탕전에 우려를 나타냈다.

상하이 화둥(華東)정법대학의 퉁즈웨이(童之偉) 교수는 "조폭 소탕전에서 지역 사법당국이 검거 목표를 세우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은 매우 불안한 징조"라고 경고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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