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집트 또 밀착행보…16조원 규모 천연가스 거래

입력 2018-02-20 10:56
이스라엘-이집트 또 밀착행보…16조원 규모 천연가스 거래

전략적 안보·경제 협력…"정치적으로 민감해도 교류 늘어날듯"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이스라엘이 중동의 핵심 국가 이집트와 밀착 행보를 이어가며 16조 원대의 천연가스 거래를 체결했다.

1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 에너지 기업 '델렉 그룹'은 이날 이집트에 150억달러(약 16조원) 규모의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 성사로 델렉 그룹 자회사 델렉 드릴링과 그 파트너 기업 미국 노블 그룹은 앞으로 10년간 640억㎥의 가스를 이집트 민간기업 돌피너스 홀딩스에 제공하게 된다.



델렉 드릴링의 최고경영자(CEO)인 요시 아부는 "수출하게 될 가스 대부분은 이집트 국내 시장에서 쓰이게 된다"며 이 계약으로 양국 간 폭넓은 교류의 길이 열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집트로 천연가스 수출 개시 날짜와 수출 방식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FT가 입수한 델렉 드릴링사의 프레젠테이션에 따르면 수출 방법으로 과거 이집트가 이스라엘에 천연가스를 수출했을 때 썼던 가스관 이용, 기존에 요르단과 연결됐던 가스 관련 기반 시설 확충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발표에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통해 이 합의를 "역사적"이라고 부르며 "이 거래는 이스라엘의 안보와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의 지역적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스라엘 재정에 조세수입으로 수십억 달러 상당을 거둬들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발 스타이니츠 이스라엘 에너지장관도 1979년 체결한 평화협정 이후 이집트와의 가장 중요한 타결이라고 반겼다.



FT는 이번 합의가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전략적 관계가 더욱 깊어졌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계약 성사로 이집트는 중동의 '에너지 허브'로서 야심을 품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가스 수출 발표는 압델 파타 엘시시가 이집트 대통령으로 취임한 2013년 이후 이집트와 이스라엘 양국 간 안보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중에 나왔다.

뉴욕타임스(NYT) 등의 미국 매체는 지난 3일 미국 관료 등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2년 이상 전투기,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이집트 시나이반도 북부를 100차례 이상 공습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NYT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의 허락을 받고 이뤄졌다며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새로운 단계로 발전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집트는 1979년 아랍권에서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으면서 당시 다른 아랍 국가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지금도 다수의 이집트 국민은 같은 아랍인인 팔레스타인인들을 억압하는 존재로서 이스라엘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 마킷의 선임 분석가인 잭 케네디는 이 사안과 관련해 "확실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이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안보 협력에 관해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을 보면 미래에 더 많은 거래를 보게 되더라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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