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끊어진 대동강 철교' 찍은 AP기자 맥스 데스포 별세

입력 2018-02-20 08:21
6·25 '끊어진 대동강 철교' 찍은 AP기자 맥스 데스포 별세

15m 다리 위에 올라 셔터 눌러…무고한 민간인 피해에 관심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혹한이 몰아치는 1950년 12월, 끊어진 대동강 다리를 건너는 피란민들을 찍어 한국전쟁의 참상을 전한 전 AP통신 사진기자 맥스 데스포가 19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104세.

AP통신에 따르면 그의 아들 배리는 데스포가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 자택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1914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1933년 사진 배달원으로 AP통신에 입사, 5년 만에 정식 사진기자로 승격됐다. 2차 세계대전 동안 괌과 일본 오키나와에서 종군기자로 활동했다. 1945년 9월 미주리호 선상에서 일본의 항복문서 서명을 취재하기도 했다.

한국전이 발발하자 취재를 자원, 북한에 들어갔다가 중공군에 밀려 미군과 함께 철수했다.

평양 부근을 지나던 1950년 12월 4일 대동강 철교 위를 건너는 처참한 피란민의 행렬을 발견하고는 약 15m 높이의 다리 위에 올라가 셔터를 눌렀다.

데스포는 1999년 방한 당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뒤를 돌아보니 폭격 맞은 다리 위에 수천 명이 개미떼처럼 기어오르고 수십 명이 떨어져 죽는 등 참상이 연출돼 순간적으로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는 전쟁의 참혹함, 자유와 삶에 대한 인간의 의지를 극명하게 드러낸 이 사진으로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2000년 한국전 50주년 기념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고 당시 대동강 철교를 통해 탈출했던 피란민 생존자를 직접 만나 "어려웠던 상황을 극복하고 살아남아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아무런 죄 없는 민간인이 전쟁으로 숨지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1951년 1월에는 눈 속에 드러난 한 시신의 두 손을 찍어 송고했고, 훗날 그는 이 사진에 "전쟁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를 보여준다"며 '무의미'라는 제목을 붙였다.

데스포는 1968년 AP 아시아 담당 사진부장이 된 뒤에도 현장 취재를 계속, 삿포로 동계올림픽,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 베트남전쟁 등을 보도했다.

1978년 45년간 몸담았던 AP를 퇴사한 후에도 워싱턴의 'U.S. 뉴스&월드 리포트'에서 일하는 등 모두 6번의 전쟁을 취재했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