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까지…시리아군 무차별폭격에 민간인 77명 사망(종합)

입력 2018-02-20 09:34
수정 2018-02-20 14:41
갓난아기까지…시리아군 무차별폭격에 민간인 77명 사망(종합)



반군지역 동구타 지상전 임박…'알레포 참사' 재현우려

유엔 폭격중단 촉구…시리아매체 "반군 전투원 철수협상 진행중"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박인영 기자 = 이스라엘 전투기 격추 후 소강상태를 보인 시리아군의 반군 지역 무차별폭격이 재개됐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수도 다마스쿠스 동쪽 동(東) 구타에서 시리아군 공습으로 지난 24시간 사이 민간인 최소 77명이 숨졌다고 19일(현지시간) 보고했다.

19일에만 44명이 목숨을 잃었고 전날부터 약 이틀간 325명이 다쳤다.사망자 가운데 최소 20명은 어린아이들이었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전했다.

시리아군은 이날도 동구타 지역 여러 마을에 대한 무차별 공습과 로켓포·포탄 공격을 이어갔다.

동구타 두마의 병원에는 포격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구조된 유아환자들의 울음소리가 가득했다고 현장 취재진이 전했다.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어린아이 5명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고통에 울부짖으며 병원에 실려 왔다.

병원 내에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충격과 슬픔에 정신을 놓은 주민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고 취재진은 전했다.

한 아버지는 폭격으로 숨진 시신 여러 구 가운데서 자신의 어린 아이 둘을 발견하자 울부짖었고 인근에 있던 또 다른 아버지는 피가 고인 보랏빛 천 위에 죽어있는 신생아 옆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시리아군은 이달 5∼9일에도 동구타에 공습과 포격을 퍼부어 닷새간 250명이 넘는 민간인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쳤다.

10일 이스라엘군 F-16기가 시리아에서 방공 미사일에 맞아 이스라엘 국경지역에 추락한 후 며칠간 시리아군의 공습 수위가 현저히 낮아졌지만, 일요일 일몰 후부터 무자비한 파괴가 다시 시작됐다.



시리아군은 일요일 밤새 로켓 260발 이상을 동 구타에 퍼부었다.

이달 들어 시리아군이 대대적인 공습을 벌이는 것은 지상군 작전이 임박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시리아인권관측소 대표 라미 압델 라흐만은 "시리아정부가 지상전을 앞두고 동구타를 대대적으로 공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구타 일대 반군 지역에는 약 40만명이 산다.

시리아군이 동구타 전투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2016년말 격전지 알레포와 같은 인도주의 재앙이 재현될 수 있다.



시리아 국영 매체는 시리아정부와 반군이 전투원 철수(퇴각)에 관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도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확인했다.

자신을 알라 알라 알딘(23)이라고 밝힌 동구타 주민은 AFP통신에 "구타의 운명이 어찌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는 "신의 자비를 구하며 지하에 숨는 것 말고 달리 아무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지역조정관 파노스 뭄치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의미 없는 인간의 고난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현지 상황이 통제불능이라며 "최근 폭격이 확대되면서 이미 위태로운 동구타 주민 39만3천여명의 인도적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tree@yna.co.kr,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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