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악플' 세례받는 본, 서이라·부탱처럼 시상대에 오를까

입력 2018-02-19 14:39
수정 2018-02-19 14:57
[올림픽] '악플' 세례받는 본, 서이라·부탱처럼 시상대에 오를까



소셜 미디어 활성화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평창=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2018평창동계올림픽은 이전 올림픽보다 소셜 미디어의 위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선수들이 팬들과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하면서 더욱 생생한 올림픽 현장을 공유할 수 있게 됐고, 또 팬들도 직접 선수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찾아가 자신의 의견을 직접 남기는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올림픽 스타들이 스폰서십 지형을 바꾼다'며 선수들의 SNS 활용이 홍보 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도 했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이 적절하게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면 선수 인기가 올라가는 것은 물론 후원 기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SNS를 통한 직접 소통에는 부작용도 따른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팬들의 '무차별 악플 세례'로 인해 마음고생을 한 선수가 여러 명 나온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킴 부탱(캐나다)은 한국 팬들의 '악성 댓글 테러'에 자신의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그는 500m 결승에서 최민정이 실격당하는 과정에 연관된 데다 최민정의 실격으로 동메달을 넘겨받았다는 이유로 한국 팬들의 '타깃'이 됐다.

이에 강원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부탱의 SNS에 협박성 글을 올린 네티즌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서이라(26)는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공격 대상이 됐다.

남자 1,000m 예선에서 중국 한톈위가 서이라와 부딪히는 과정에서 실격을 당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서이라의 SNS에는 중국어 댓글이 엄청나게 많이 달리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그러나 부탱과 서이라는 'SNS 악플 사태' 이후에도 메달을 획득하는 뚝심을 보였다.

부탱은 여자 1,500m에서 동메달을 추가했고, 서이라는 남자 1,000m에서 역시 동메달을 땄다.

부탱은 "모든 한국인이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상처를 입긴 했지만, 화가 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이라 역시 "니하오, 워아이니"라고 재치있게 답했다.

<YNAPHOTO path='PYH2018021709510001300_P2.jpg' id='PYH20180217095100013' title='[올림픽] 아쉬워하는 린지 본' caption='(정선=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17일 강원도 정선 정선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슈퍼대회전 경기에서 린지 본이 피니시 통과후 아쉬워하고 있다. 2018.2.17 <br>jjaeck9@yna.co.kr'>

최근 SNS에서 '악플 테러'를 경험하는 선수는 '스키 여제' 린지 본(미국)이다.

본은 17일 열린 알파인스키 여자 슈퍼대회전에서 6위로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본에게 '악성 댓글'을 달며 조롱하기 시작한 것이다.

본이 지난해 12월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며 "평창올림픽 이후 백악관에서 초청하더라도 응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격이다.

평창올림픽 홍보대사이기도 한 본은 자신의 트위터에 '린지 본이 실패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미국인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고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본은 21일 주 종목인 활강에 출전하고 23일에는 알파인 복합에도 나서 명예 회복에 도전한다.

사실 팬들의 'SNS 도발'은 선수들의 경기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선수촌에서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외부 소식을 접하다 보면 '악성 댓글'에 마음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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