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두테르테 예비조사 끌어낸 필리핀 변호사 "살해협박 시달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최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벌이는 '마약과의 유혈전쟁'과 관련, 마약용의자 즉결처형 의혹에 대한 예비조사에 나서자 이를 끌어낸 필리핀 변호사가 주목받고 있다.
19일 필리핀 ABS-CBN 방송과 외신 등에 따르면 무명의 변호사였던 주드 사비오(51)는 작년 4월 두테르테 대통령을 비롯해 비탈리아노 아기레 법무부 장관, 로널드 델라로사 경찰청장 등 고위 공직자들이 자국에서 대량 살육을 저질렀다며 ICC에 고발장에 내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과거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시장 시절 암살단을 운영하며 범죄자와 정적을 살해했고, 2016년 6월 말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마약용의자 수천 명을 초법적으로 처형했다는 것이 고발 요지였다.
필리핀 정부는 고발 내용을 모두 부인했지만 파토우 벤소우다 ICC 검사장은 지난 8일 "필리핀 경찰의 마약 단속 과정에서 초법적 처형과 연관된 많은 사건이 일어났다는 주장이 있다"며 예비조사 개시를 결정했다.
사비오는 AFP, 로이터 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ICC에 고발장을 제출한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두테르테 대통령 지지자들의 살해 위협을 받아왔으며 ICC의 예비조사 발표 때도 똑같은 위협이 있었다고 밝혔다.
사비오는 "생명의 위협 때문에 끊임없는 편집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내가 총탄에 맞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 있는 고향마을 카가얀 데 오로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그는 2016년 9월 상원 청문회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끈 암살단의 활동을 폭로한 전 암살단원 에드가르 마토바토를 알게 되면서 정부와의 싸움을 시작했다.
사비오는 마토바토에게 변호사가 없다는 말을 한 신부로부터 듣고 그의 변호인을 자처했고 마토바토의 증언 등을 토대로 ICC 고발장을 작성했다.
고발장을 직접 들고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를 찾아간 사비오는 "운명이 나를 ICC로 이끌었다"며 두테르테 정부의 살인을 멈추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ICC가 두테르테 대통령을 체포해 법정에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국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맞서는 것이 골리앗과의 싸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사비오는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일축하며 자신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사비오는 안전을 위해 1년 전 고향마을을 떠나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으며 공공장소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을 피하고 있다.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은 사비오에 대한 악감정이 없다"며 살해 위협을 받았으면 경찰에 신고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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