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캐나다 귀화 선수들 "출생지는 다르지만 내 형제는 한국"

입력 2018-02-19 11:29
[올림픽] 캐나다 귀화 선수들 "출생지는 다르지만 내 형제는 한국"

남자하키 캐나다 출신 귀화 6인 "모국 상대한 경험 기이해"



(강릉=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캐나다 출신 귀화 선수인 골리 맷 달튼(31)과 수비수 에릭 리건(30)은 "기이한(weird)"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역시 캐나다 출신인 공격수 브락 라던스키(35)는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백지선(51·영어명 짐 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18일 오후 9시 10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A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세계 최강 캐나다에 0-4로 졌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가 불참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캐나다를 맞아 한국은 기대 이상으로 잘 싸웠다.

특히 귀화 선수들의 활약이 빛났다. 달튼은 캐나다의 유효 슈팅 45개 중 41개를 온몸을 던져 막아냈다. 퍽이 발밑으로 떨어지면 아예 빙판에 드러누워서 지켜냈다.

수비수 리건은 시종일관 강력한 보디 체킹으로 캐나다 선수들을 괴롭혔고, 지난해 수술대에 올랐던 라던스키도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는 투지를 보여줬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25명 엔트리에서 귀화 선수는 총 7명이다. 이중 마이크 테스트위드(미국)를 제외한 6명은 모두 캐나다 출신 선수들이다.

달튼, 리건, 라던스키, 마이클 스위프트, 알렉스 플란트, 브라이언 영 등 캐나다 출신 선수들은 모국을 상대로 한 경기에서 자신의 출신을 잠시 잊고 한국 선수들 못지않게 팀을 위해 헌신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는 캐나다 취재진이 대거 몰려들었다.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달튼은 "만약 5년 전에 올림픽에서 캐나다를 상대로 경기하겠느냐고 누군가가 물었다면 '너 미쳤느냐'라고 대답했을 것"이라면서 "오늘 경기는 정말 특별했다"고 말했다.

달튼은 지난해 12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7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에서 캐나다를 상대해본 경험이 도움됐다고 했다.

그는 "당시에는 좀 기분이 이상했는데, 그때 한 번 해봐서 그런지 오늘은 기분이 나았다"라면서 "이건 그냥 하키 경기일 뿐이다. 오늘은 그저 링크에 나가서 이기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힘줘 말했다.

리건은 "패한 건 분하지만 60분 내내 최선을 다해준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우리 팀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 다만 캐나다 골리가 워낙 잘해서 골을 넣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리건은 모국을 상대한 느낌에 대해 "나는 캐나다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을 대표해서 뛴다는 사실이 정말로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나는 우리 대표팀 선수들과 수년간 선수촌에서 합숙하면서 셀 수 없이 많은 국제대회를 소화했다"며 "이들이 바로 나의 형제요, 전쟁을 함께 치르는 전우들"이라고 강조했다.

남자 아이스하키 귀화 선수 1호인 라던스키도 캐나다전을 마친 뒤 "경기 전부터 숨 가쁘고 벅찬 느낌이 있었다. 퍽이 떨어지는 순간부터 집중했던 것 같다.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라던스키는 지난 17일 오후 4시 40분에 열린 스위스전을 보기 위해 현지시간으로 새벽 3시부터 일어나 시청해준 캐나다 친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라던스키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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