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초등 5년부터 '명문'겨냥 조기고입 준비 확산

입력 2018-02-19 11:26
일본, 초등 5년부터 '명문'겨냥 조기고입 준비 확산

영어 정식과목 편입·수능 주관식 출제 대비, 중학교선 늦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에서 명문고 입학을 목표로 초등학교 5, 6학년 때부터 학원에 다니면서 고입시험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고입 수험준비가 초등학교로까지 앞당겨진 건 2년 후인 2020년부터 초등학교 5학년부터 영어가 정규과목에 포함되는 신학습지도요령이 시행되고 수능시험 격인 대입공통시험에 일부 주관식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이다. 단순 암기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려울 거라는 불안감이 수험준비 조기화의 배경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입시학원인 와세다(早稻田) 아카데미는 중학교 입학시험을 보지 않는 초등학교 5, 6학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공립중 진학코스'를 개설했다.

'고교 입시에서부터 역산한 수험준비'를 내걸고 5학년 때부터 국어, 수학, 영어 수업을 하는 과정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입시험에 필요한 기초 지식을 익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 코스는 이 학원 전국 53개에 설치돼 있다. 현재 초등학교 5학년생만 500명 이상이 다니고 있다. 올해는 8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일본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영어 단어는 600~700개, 중학교는 현재의 1천200단어에서 1천600~-1천800 단어로 늘어난다. '읽기, 듣기'에 '쓰기, 회화'를 더한 4부문 능력의 균형이 중요시된다. 초등학교 때부터의 영어학습이 고교 입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셈이다.

이토 마코토 와세다 아카데미 교무부장은 '고교 입시에서 영어의 4부문 실력이 합격 여부를 가르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사립고교에서는 이미 이들 4가지 부문을 평가하는 문제를 출제하는 학교도 나오고 있다. 도쿄도(東京都)도 내년부터 회화능력시험을 실시키로 하는 등 공립고교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또 다른 입시학원인 SAPIX도 작년 9월부터 중학부에 초등학교 5학년생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현재 초교 5학년생이 고 3이 되는 2024년에는 대입공통시험에 주관식 출제가 본격화된다. SAPIX를 운영하는 일본입시센터 관계자는 지금 5, 6학년생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여유 있게 사고력과 판단력을 기르는 게 중요한 세대"라고 지적했다.

이들 학원은 예습을 할 수 없도록 수업을 시작할 때 교재를 나눠 주 처음 보는 문제에 대비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하고 있다.

일본 명문고등학교는 입학경쟁이 치열하다. 도쿄도 교육위원회가 발표한 도립고교의 작년 최종 경쟁률은 히비아(日比谷)고교가 2.26대 1, 아오야마(靑山)교교 2.3대 1 등이다. 도립고교의 전체 평균 경쟁률은 1.55대 1이다. 도쿄도에서는 작년부터 사립고교의 수업료 무상화가 시작됐지만, 유명대학 진학 실적이 좋은 공립고등학교는 인기가 여전하다.

이치신(市進)학원은 이달부터 초등학교 5, 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명문고 수험코스'를 개설했다. 6학년생에게는 도립 히비야고교와 지바(千葉)현립고교, 가나가와(神奈川)현립 쇼난(湘南)고교 등 톱클래스의 공립학교 합격을 목표로 하는 코스도 마련했다. 학원 입학시험 성적과 수업 태도 등을 평가해 반을 편성한다.

그러나 명문고 합격을 겨냥한 조기교육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모리가미 노부야스 모리가미(森上)교육연구소 소장은 "우수한 학생을 조기에 끌어 들이는 게 학원의 전략"이라면서 "저출산으로 중학생이 감소하는 가운데 초등학생까지 끌어들여 학생을 확보하려는 계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고력과 표현력은 예능이나 스포츠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양성되는 만큼 초등학생 때는 교실 이외의 장소에서 배우는 게 중요하다"면서 맞벌이 가구 증가로 자녀 교육을 학원에 맡기더라도 "가정형편에 따라 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사회가 어린이에게 배울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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