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위탁 기관장 연봉 겨우 2천400만원…구미시 '꼼수'
민간단체 "퇴직공무원 뽑으려 신입사원 수준으로 낮춰" 반발
(구미=연합뉴스) 박순기 기자 = 경북 구미시가 민간위탁 기관장 공개모집에서 퇴직 간부공무원을 뽑기 위해 연봉을 신입 직원 수준으로 낮추는 꼼수를 부린다며 민간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19일 구미시와 구미YMCA 등에 따르면 구미시는 이달 초 민·관 공동체인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장을 공모하며 연봉을 신입 직원과 같은 2천400여만원으로 공고했다.
복지분야 10년 이상 경력자 40∼50대를 공모하면서 연봉을 크게 낮춘 것은 퇴직 간부공무원을 뽑기 위한 술수라는 게 민간복지 분야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퇴직공무원은 퇴직연금을 받기 때문에 신입 직원 연봉에도 만족하지만, 민간분야 10년 이상 경력자는 낮은 연봉 때문에 도저히 원서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사회복지사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장은 40대 중반 내지 50대 중반의 사회복지 경력자가 응시하는데 연봉 4천만∼5천만원은 보장해줘야 한다"며 "구미시가 퇴직공무원이 응시하도록 연봉을 신입 직원 수준으로 낮췄다"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마감한 사무국장 공모에는 역시 구미시 퇴직 간부공무원 1명만이 원서를 냈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실무위원들이 퇴직공무원에게 유리한 자격요건과 연봉 등을 문제 삼았으나 구미시는 "실무위원들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고 했다.
구미YMCA 최현욱 부장은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 책임자를 뽑는데 자격요건을 사실상 공무원 출신으로 제한했고, 구미시 과장 출신 한 명이 채용될 것이라는 소문대로 그 사람만이 원서를 냈다"고 말했다.
구미시가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공무원 출신 인사를 뽑으려는 것"이라는 주장을 두고 최 부장은 "지난해 전국 사회복지상을 싹쓸이하다시피 많은 상을 받았는데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 부장은 "사회보장협의체 구성을 보면 대부분 복지관 등이 구미시 보조금을 받고 있어 시에 바른 소리를 내지 못 하는 환경"이라며 "독립적인 민간인이 나서 관 주도의 협의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2005년 출범한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사회보장 증진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법인·단체·시설의 민·관 공동체이다. 이번에 처음 뽑는 사무국장은 임기 3년이고, 지금까지는 간사와 직원 2명으로 운영해왔다.
구미시는 사무국장 공모에서 자격요건까지 공무원 출신자에게 유리하도록 했다. 즉 ▲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 소지자 중 복지업무 10년 이상 근무한 6급 이상 공무원이나 복지분야 10년 이상 행정업무 근무자 ▲ 사회복지사 자격증 없이 복지분야 3년 이상 근무한 5급 이상 공무원이다.
다른 시·군은 구미시와 달리 사무국장 자격요건으로 사회복지 관련 기관·단체 7년 이상 근무자, 사회복지법인·비영리단체·시민단체 경력자 등으로 공고했다.
복지분야 단체들은 "퇴직공무원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민간영역을 침해하는 것은 현 구미시 간부들이 자신들 퇴직 이후를 노리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구미시는 사무국장 연봉에는 "예산 범위내에서 연봉을 정하다 보니 신규 직원 수준으로 했다"고 해명했다.
구미시는 1차 공모에 1명만이 응시함에 따라 자격요건 변경 없이 2차 공고를 낼지, 자격요건을 변경해 신규공고를 낼지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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