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썰매 문제' 시달리는 자메이카 여자 봅슬레이 "집중 또 집중"

입력 2018-02-18 12:50
[올림픽] '썰매 문제' 시달리는 자메이카 여자 봅슬레이 "집중 또 집중"

일본 썰매와 계약 파기, 코치 소유 썰매 사용 못 해

맥주 회사 레드 스프라이프가 기증한 썰매 곧 도착



(평창=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사상 최초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자메이카 여자 봅슬레이 선수들이 경기를 이틀 앞두고도 '썰매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자즈민 펜레이터 빅토리안(33)과 캐리 러셀(28)은 18일 강원도 평창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봅슬레이 2인승 훈련을 '예전 썰매'로 소화했다.

하지만 20일 열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봅슬레이 2인승 공식 경기에는 다른 썰매를 탄다.

훈련 뒤 만난 빅토리안은 "오늘도 예전 썰매로 훈련했다. 다소 불운한 상황이다"라며 "새 썰매가 오고 있다. '우리 썰매'로 올림픽 경기를 치르는 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자메이카 선수들이 사용한 썰매는 산드라 키리아시스 전 코치 소유다. 키리아시스는 최근 자메이카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과의 갈등으로 팀을 떠나며 "내 썰매를 사용하려면 돈을 내라. 아니면 썰매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자메이카 대표팀은 "일본 썰매를 쓰지 않겠다"고 밝히며 키리아시스 전 코치 소유의 라트비아산 썰매로 올림픽 본선을 준비했다.

도쿄 지역 기능공들이 힘을 모아 만든 '변두리 봅슬레이 프로젝트 위원회'는 2015년부터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을 후원했다. 그러나 자메이카 대표팀은 "일본 썰매가 라트비아 썰매보다 느리다. 썰매 규격 위반으로 실격 위험도 있다"고 주장하며 올림픽 무대에서 일본 썰매 활용을 거부했다.

여기에 코치와 분쟁까지 벌어져 대표팀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다행히 자메이카 맥주 회사 레드 스트라이프가 대표팀에 썰매를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썰매가 도착해도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다.

빅토리안은 "(썰매 문제 등)어려운 일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올림픽 무대에 집중할 때"라며 "날씨도, 환경도 좋다. 자메이카 대표팀 소유의 썰매로 본선을 치른다면 정말 좋은 일"이라고 애써 웃었다.

자메이카 여자 대표팀은 영화 '쿨러닝'을 연상하게 하는 사연으로 주목받았다. 자메이카 아버지를 둔 빅토리안은 투척 선수 출신으로,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는 미국 봅슬레이 대표로 출전했다. 러셀은 2013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4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자메이카 육상 국가대표 출신이다.

빅토리안과 러셀은 척박한 환경을 뚫고,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뤘다.

하지만 진출권을 확보한 뒤에도, 본선 무대 출발선에 설 때까지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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