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구텐베르크 아녜요" 외신기자들 열광한 활판인쇄전시

입력 2018-02-18 12:00
수정 2018-02-18 12:14
[올림픽] "구텐베르크 아녜요" 외신기자들 열광한 활판인쇄전시

강릉 미디어촌 라운지에서 판화, 시 즉석 인쇄해 제공 '인기 만점'

120년 된 활판인쇄기부터 레이저 인쇄기까지 전시



(강릉=연합뉴스) 이웅 기자 = "캔 유 컴 어겐?"

평창올림픽 기간 5천450명의 각국 취재진이 기숙하는 강릉 미디어촌의 식당을 빠져나오는데 무얼 하는지 라운지 한켠이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활판인쇄 종주국인 우리나라의 문학과 출판문화를 알리기 위한 체험전시라는데, 묵직한 활판인쇄기부터 한 벽을 가득 채운 금속활자, 레이저 인쇄기, 판화와 시 등 가던 발길을 붙잡는 신기한 것들이 즐비했다.

어둑한 조명에 100년쯤 된 인쇄소에 들어온 듯 분위기가 그럴싸했다.

"이건 120년 된 건데 미국에서 왔어요."

인쇄공이 손으로 돌리는 활판인쇄기 밑에서 금세 봉평 메밀꽃밭을 그린 듯한 판화가 찍혀 나온다. 그걸 조그만 책자에 끼워서 건네는데 영어와 한글로 쓰인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다.

국내 작가들의 판화와 시 등에 즉석 해서 이름을 인쇄해 나눠주는데 외국 기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했다. 전통 책 제본법인 오침제본도 가르쳐주고 키오스크로 사진도 찍어줬다.

"예약자가 줄을 섰는데 다 만들어주질 못하고 있어요."



벽에는 김소월, 윤동주, 구상, 문정희, 천상병, 정현종, 안도현, 나태주, 이성부, 도종환 등 알만한 시인들의 시가 인쇄돼 걸려 있었다.

"외국 기자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최초의 금속활자를 구텐베르크가 만든 거로 아는 분들이 많아요. 그보다 70여 년이나 앞선 직지가 있다고 설명해 주면 놀라워들 해요."

이번 활판인쇄 체험전시를 이끄는 김재범 아시아문화네트워크재단 활판인쇄박물관 이사의 얘기다.

공인된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은 1455년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78년 앞선 1377년에 만들어졌다.

"평소 외국인들 상대로 우리 출판문화를 알릴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올림픽 덕분에 한국 문화를 제대로 한번 홍보하는 거죠."

김 이사는 뜻밖의 열띤 호응에 신이 난 듯 보였다.

2015년 개관한 파주출판도시 내 활판인쇄박물관에는 3천500만 자의 납 활자와 주조기가 있는데 세계 최대 규모라고 자랑했다.

라운지에는 활판인쇄 체험전시 외에도 설 연휴를 맞아 투호 던지기, 제기차기, 버나 돌리기, 등 만들기 등 전통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부스가 줄지어 들어섰는데 외신 기자들로 북적였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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