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트라우마와 싸우는 맏언니 김아랑…"내가 이겨낼 것"
작년 전국체전때 스케이트 날에 얼굴 베여…반창고로 흉터 가린 상태
"아웃코스 추월할 땐 아직도 떨려…언젠가는 이겨내겠다"
(강릉=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쇼트트랙 대표팀 '맏언니' 김아랑(한국체대)은 지난해 1월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전국동계체육대회 경기 도중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상대 선수의 스케이트 날에 왼쪽 뺨을 심하게 베였다.
다행히 눈은 다치지 않았지만, 수술대에 오를 정도로 출혈과 부상 정도가 심했다.
상처는 쉽게 낫지 않았다. 김아랑은 아직도 상처 부위에 연분홍색 대형 반창고를 붙여 흉터를 가리고 있다.
마음의 상처도 남았다. 김아랑은 아직도 경기 도중 아웃코스로 상대 선수를 제칠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한다.
17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500m 경기를 마친 뒤 만난 김아랑은 "아웃코스로 상대 선수를 제치다 사고가 났는데, 오늘도 아웃코스를 노릴 때 무서운 마음이 생겨 한 차례 주저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두려움을 이겨내고 치고 나갔어야 했는데, 그 부분이 조금 걸린다"라고 말했다.
김아랑은 1,500m 결승에서 4위를 기록하며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그는 "아직도 (트라우마가) 조금 남아있는 듯하다"라며 "그러나 항상 그랬듯,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랑은 긍정적인 사고를 하려 노력하는 선수다. 일상생활은 물론, 경기 전후에도 항상 웃음을 지으며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준다.
대표팀에서도 맏언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개막 전 코치진 구타 사건 등으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자 심석희(한국체대)의 생일에 맞춰 축하자리를 마련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여자 500m에서 최민정(성남시청)이 반칙 판정으로 메달 획득에 실패한 뒤에도 가장 먼저 그를 위로했다.
선수촌에서 최민정과 같은 방을 쓰는 김아랑은, 지난 13일 여자 500m 경기 후 최민정이 귀가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따뜻한 위로의 말로 다독였다.
정작 자신이 4위를 기록해 메달 획득에 실패한 여자 1,500m 결승전이 끝난 뒤엔 우승자 최민정에게 다가가 진심 어린 축하를 해줬다.
환하게 웃으며 최민정을 끌어안는 김아랑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김아랑의 따뜻한 마음씨는 쇼트트랙 한국 대표팀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cy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