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상태가 관건' 오승환, 험난해진 빅리그 잔류의 길
현지 언론 "텍사스, 메디컬 이슈" 제기…FA 불펜 계약 상황도 좋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복수의 구단을 놓고 행복한 고민을 했던 오승환(36)이 불리한 조건에서 새 둥지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텍사스 레인저스와 입단 합의했던 오승환이 계약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MLB닷컴과 댈러스모닝뉴스 등 미국 현지 매체는 17일(이하 한국시간) "텍사스와 오승환의 계약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존 대니얼스 텍사스 단장은 하루 전인 16일 "오승환에 관해 할 얘기가 없다"고 했다.
오승환의 에이전트사도 "아직 자세한 내용을 말하기 어렵다.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답했다.
1+1년 최대 925만 달러에 텍사스와 합의한 오승환은 메디컬테스트를 받은 뒤 스프링캠프 합류를 기다렸지만, 차일피일 미뤄졌고 현지 언론에서 "계약 실패" 보도가 나왔다.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게 현지 언론의 설명이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메디컬테스트 기준은 제각각이다.
또한, 메디컬테스트를 한 구단이 해당 선수의 테스트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관례다.
오승환은 최근까지 LG 트윈스가 미국 애리조나 주에 차린 훈련장에서 함께 훈련하며 불펜피칭까지 마쳤다. 메디컬테스트 통과를 자신했기에 오승환이 받을 충격도 클 것으로 보인다.
오승환은 고교 시절 팔꿈치 통증으로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했다. 단국대 1학년 때 오른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그는 3학년 때부터 마운드에 올랐고 2005년 2차 1라운드로 삼성 라이온즈에 지명돼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성장했다.
이후 오승환은 건강을 유지했다.
2010년 오른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아 16경기만 던진 한 시즌을 빼고, 매 시즌 35경기 이상 등판했다.
일본 한신 타이거스에서 뛴 2014, 2015년에도 127경기(2014년 64경기, 2015년 63경기)를 소화했고,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도 2년 동안 138경기(2016년 76경기, 2017년 62경기)에 나섰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FA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다.
한 구단은 2년 1천300만 달러를 제시하기도 했다.
오승환은 "텍사스가 마무리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해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하고 텍사스를 택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텍사스에서 '오승환의 건강'에 문제를 제기한 터라, 오승환도 눈높이를 낮출 수밖에 없다.
타 구단의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해도 불리한 상황에서 계약 기간, 연봉 등을 협상해야 한다.
지난해 43⅔이닝 2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30을 올린 페르난도 아바드는 최대 310만 달러의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오승환이 '던질 수 있는 몸 상태'라는 걸 증명해도 불안한 '초청 선수 신분'으로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를 치를 수도 있다.
미국 구단과 계약하지 못하면 국내 복귀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KBO리그에서 오승환은 '임의 탈퇴' 신분이다. 삼성이 임의 탈퇴를 해제해야 국내에서 뛸 수 있다.
또한, 국외 원정도박 의혹으로 '복귀 시즌 정규시즌 50% 출장 정지' 처분도 받았다. 2018년 국내로 복귀하면 72경기에 나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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