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파병 두살 애기아빠 68년만에 유해로 미국 귀향

입력 2018-02-16 12:05
한국전 파병 두살 애기아빠 68년만에 유해로 미국 귀향

포로됐다 사망·작년 신원확인…일흔된 아들이 생신맞춰 장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한국전쟁 때 실종된 미군 병사가 68년 만에 유해로 고향인 미국 오클라호마시티에 돌아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육군 2사단 2공병대대의 일원으로 한국전에 파병된 알프레드 벤싱어 주니어 중사가 그 주인공이다.

벤싱어 주니어 중사는 성조기가 덮인 관 속에 안치돼 지난 14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시티에 도착했다.



장례식은 16일로 예정됐다.

고향에는 아들이 상주로 생존해 있지만 그에게 벤싱어 주니어 중사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

벤싱어 주니어 중사가 1950년 한국으로 떠날 때 아들 개리 클레이튼(70)은 겨우 두 살이었기 때문이다.

벤싱어 주니어 중사의 부인이 나중에 재가하면서 개리는 성이 바뀌었고 친가와는 거의 접촉이 없었다.

클레이튼은 자신이 잘 지내나 보려고 삼촌이 간혹 왔다 가곤 했다는 얘기만 모친에게서 들었다고 했다.

벤싱어 주니어 중사에 대한 기억을 온전히 갖고 있던 모친은 8년 전에 별세했다.

클레이튼은 작년 여름에 부친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자 부친이 살아있다면 93세 생일을 되는 이날로 장례식을 미뤄 특별한 귀향을 준비했다.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에 따르면 벤싱어 주니어 중사는 25세로 1950년 한국전에 파병됐다.

그가 속한 대대는 북한 청천강 전투에서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밀려 후퇴했다.

그 과정에서 벤싱어 주니어 중사는 11월 30일 포로로 잡혔고, 이듬해 1월 임시 포로수용소에서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DPAA는 벤싱어 주니어 중사의 유해를 2005년 북한 운산에서 다른 31명과 함께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유해가 벤싱어 주니어 중사라는 사실은 무려 12년 뒤인 2017년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야 확인됐다.

벤싱어 주니어 중사의 생존한 90대 여자 형제와 연락이 닿으면서 DNA 대조가 이뤄져 극적인 귀향이 성사됐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실종된 미국 군인이나 군무원은 7천700명 정도에 이른다.

척 프리처드 DPAA 대변인은 "2차 세계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전 세계에서 실종된 미국 국방부 인원이 8만3천명 정도"라고 밝혔다.

프리처드는 "3만4천명 정도는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나머지는 물속 깊이 실종되는 등의 이유로 현재는 모셔올 기술이 없다"고 설명했다.

클레이튼은 부친의 유해를 끈질기게 본국으로 송환하고 합당한 경의를 표하는 미군의 모습에 깊이 감동했다고 밝혔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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