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컬링 '후보 선수'에 주목하라…'비장의 무기'
여자컬링 김초희는 전천후 선수…남자컬링 김민찬은 세컨드로 출격
캐나다 여자컬링 후보는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출신 베테랑
(강릉=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4인조 컬링과 믹스더블 컬링의 차이점 중 하나는 후보 선수의 유무다.
믹스더블은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짝을 이뤄 경기한다. 이들 외 후보 선수가 없어서 한 선수가 경기 중 다치기라도 하면 치명타를 입는다.
4인조 컬링은 남자 5명 또는 여자 5명이 한 팀을 이룬다. 실제 빙판에서 경기하는 선수는 4명뿐이다. 한 명은 후보로서 벤치에 감독·코치와 나란히 앉아 경기를 지켜본다.
후보 선수는 대회 기간에 한 번도 경기에 투입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단순히 '예비용'이라고 하기에는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김민정 여자컬링 감독은 "후보 선수는 스킵-리드-세컨드-서드 등 모든 역할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언제 어느 자리에 투입될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어떻게 보면 후보가 가장 중요한 선수라고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자컬링 대표팀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만일의 사태'까지 대비했다.
지난해 월드컬링투어 대회에 참가했을 때 실전에서 역할 바꾸기 연습을 한 것이다.
여자컬링 대표팀의 스킵(주장)은 김은정이다. 그러나 대표팀은 투어 대회에서는 서드인 김경애에게 스킵을 맡겼다. 김은정이 서드를 해봤다. 리드 김경애와 세컨드 김선영도 돌아가면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다.
후보인 김초희도 리드, 서드 등 다양한 역할을 해봤다.
대성공이었다. 지난해 10월 핀란드에서 열린 PAF 마스터스 투어에서는 우승을, 스웨덴에서 열린 스톡홀름 레이디스컵에서는 준우승을 거뒀다.
이런 경험은 평창동계올림픽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남자컬링 대표팀도 이번 올림픽에서 후보 선수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김창민 스킵이 이끄는 남자컬링 대표팀은 14일 평창동계올림픽 예선 1·2차전에서 세컨드 자리에 김민찬을 투입했다.
김민찬은 후보 선수로 등록돼 있지만, 대표팀은 상대 팀인 미국, 스웨덴에는 김민찬을 투입하는 게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대신 16일 노르웨이와 하는 예선 3차전에는 오은수가 세컨드로 합류한다고 예고했다.
임명섭 남자컬링 코치는 "오은수는 스톤 쳐내기에 강하고, 김민찬은 스톤을 하우스 안에 들이미는 능력(드로)과 경험이 장점이다"라며 "상대성에 따라 출전 선수를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4인조 컬링에서는 경기당 1회에 한 해 선수를 교체할 수 있다.
여자컬링 세계랭킹 1위인 캐나다의 레이철 호먼 팀도 막강한 후보를 보유하고 있다.
호먼 팀의 후보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셰릴 버나드다.
1966년 6월 30일생인 버나드는 이번 대회 등록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베테랑이다.
다만 실제 경기에 출전하지 않을 수도 있어서 출전 선수 기준으로는 핀란드 믹스더블 컬링에 출전했던 토미 란타마키(1968년 9월 18일생)가 최고령 타이틀을 가져갈 수 있다.
버나드는 빙판에 서지 않더라도 벤치에 앉아있는 것만으로 호먼 팀에 큰 힘이 된다.
호먼 팀은 현재 세계 최강의 전력을 갖췄지만, 올림픽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버나드는 호먼 팀 선수들에게 올림픽 경험을 전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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