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서 가스중독 부부·노모 숨져…연휴 첫날 사고 '얼룩'
요양병원 있던 노모 모시고 10개월 만에 고향집 찾았다가 참변
고속도서 견인차 기사 화물차에 치여…주택 화재로 70대 여성 숨져
(전국종합=연합뉴스) 가족과 넉넉한 마음을 나누는 최대 명절 설이지만, 연휴 첫날인 15일부터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랐다.
고향을 찾은 60대 부부가 90대 노모와 잠을 자다가 가스중독으로 숨지는가 하면 교통사고 현장을 수습하던 견인차 기사가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샌드위치 패널로 된 주택에서 불이 나 70대 여성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 노환 어머니와 고향집 찾았다가…가스중독으로 3명 숨져
이날 오전 9시 25분께 경남 고성군 하이면의 백모(90·여)씨 집에서 백씨와 백씨의 아들 박모(62)씨, 박씨의 부인 변모(54)씨 등 3명이 숨져 있는 것을 박씨 동생(53)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동생 박씨는 "오늘 새벽에 고향집에 도착해 어머니와 형님 부부가 자는 것을 보고 나서 2층에 올라가 잤는데, 아침에 어머니와 형님 부부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별다른 타살 흔적이 없는 데다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이라는 검안의 견해로 미뤄 3명이 가스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은 10개월 정도 비워둔 고향집을 찾아 오랜만에 아궁이에 불을 피우고 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숨진 박씨 부부가 노환으로 부산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노모 백씨와 함께 전날 고향집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경찰은 사고 경위를 조사한 뒤 검사 지휘를 받아 시신을 유족에 인계할 방침이다.
◇ 고속도로 사고 수습 견인차 기사 참변…음주운전 사고도
오전 5시 40분께는 충북 음성군 삼성면 중부고속도로 상향선 음성휴게소 인근 갓길에서 교통사고 수습을 하던 견인차 기사 A(46)씨가 2.5t 화물차에 치였다.
이 사고로 크게 다친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화물차 운전자 B(60)씨는 경찰에서 "견인차 문이 갑자기 열리면서 사람이 나오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오전 5시 33분께 부산 금정구 중앙대로에서 모닝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스타렉스 차량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스타렉스 차량이 튕기면서 옆 차선을 달리던 다른 스타렉스 차량을 재차 추돌했다. 모닝 승용차 운전자 C(28)씨는 현장에서 숨졌다.
스타렉스 차량 운전자들은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C씨가 전날 친구들을 만난 뒤 귀가하던 중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오전 1시 50분께 청주시 흥덕구의 한 도로에서는 D(59)씨가 쏘나타 승용차를 몰다 앞서 신호 대기하던 택시 등 차량 2대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피해 차량에 타고 있던 2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이 D씨를 상대로 음주 측정을 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44%였다.
경찰은 D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10시 37분께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 청남로를 달리던 아반떼 승용차가 교량으로 진입하다가 20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승용차 운전자 E(28)씨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경찰은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주택 화재로 70대 아내 숨져…돈사 화재로 돼지 떼죽음
15일 오전 5시 40분께 충북 괴산군 괴산읍 F(82)씨 집에서 불이 나 부인 G(76)씨가 숨졌다. F씨도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불은 샌드위치 패널로 된 60여㎡ 규모의 주택과 가재도구 등을 태운 뒤 30여 분만에 진화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옆집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고 신고했다"는 이웃 주민의 말을 토대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앞서 0시께에는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리의 한 양돈장에서 불이 났다.
신고를 받은 제주동부소방서는 오전 0시 25분께 선착대를 보내 진화작업을 시작했지만, 불길이 잡히지 않자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서 전 직원을 동원해 오전 1시 38분께 진화를 완료했다.
이 불로 돈사 15동 가운데 4동 1천33㎡가 피해를 봤고, 돼지 2천200여 마리가 폐사했다.
소방당국은 2억7천만원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전기적 요인으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49분께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의 한 자동차정비소에서 불이 나 약 15분 만에 꺼졌다.
불은 정비 중이던 한 차량에서 시작돼 인접한 정비소 건물로 옮아붙었다. 건물 60㎡와 차량 등이 불에 타 소방서 추산 87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오후 2시 8분께에는 울주군 언양읍 신흥마을 인근 야산에서 불이 나 임야 400㎡가량이 소실됐다.
소방당국은 쓰레기 소각이나 성묘객 실화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황봉규 이승민 차근호 박병기 박지호 허광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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