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교단서 전체주의 부활 노리나…교과서 지침에 '애국심' 강요

입력 2018-02-15 11:08
日, 교단서 전체주의 부활 노리나…교과서 지침에 '애국심' 강요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서 이례적으로 애국심 강조…"역사·국토에 대한 애정"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가 14일 발표한 고교 학습지도요령에 애국심을 강조한 내용이 이례적으로 대거 포함돼 교단의 전체주의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문부과학성이 전날 공개한 고교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에는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한 애정"(역사총합), "국토에 대한 애정"(지리총합), "자국을 사랑해 그 평화와 번영을 도모한다"(공공) 등 '애국심'을 강조한 표현이 대거 포함됐다.



고교 학습지도요령에는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집단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존재" 등의 표현도 담겼다. 개인보다 집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로, 교단에서의 군국주의 부활이 우려된다.

리쓰메이칸우지(立命館宇治) 중고등학교의 스기우라 신리(杉浦眞理) 교사는 "개인의 인권과 시민이 우선이고 국가가 그다음에 있다는 생각이 점점 후퇴하고 있다"며 "'글로벌화하는 사회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키운다'고 말해놓고도 세계는 의식하지 않는 지도요령이다"고 비판했다.

아사히신문도 사설에서 공공과 지리역사에 대해 애국심을 강조하는 것이 마음에 점수를 매기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정권 비판과 재일 외국인의 존재 자체를 '반일(反日)'로 규정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며 "일본의 입장을 줄기차게 강조하는 쪽으로 학습지도요령이 변경된 것에 위험함을 느낀다"고 우려했다.



학습지도요령은 일본 정부가 학생들에게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되는 최저한의 학습 내용을 정해 놓은 기준이다. 교과서 제작시 의무 준수 사항이며 교육 현장에서 수업할 때에도 꼭 따라야 한다.

일본 정부는 이번 고교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에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왜곡된 주장을 명기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주한 일본대사관의 총괄공사를 불러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즉각시정"을 촉구했다.

한편 학습지도요령에는 역사총합 과목과 관련해 "(학습)지도에 있어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자료에 기초해 다면적으로 고찰해 공정하게 판단할 능력을 육성한다"는 내용도 새로 명기됐다.

교사들이 역사적 사실인 위안부 피해 사례를 설명하거나 독도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전하려 할 경우 '객관적이고 공정한 자료에 기초하지 않았다' 혹은 '다면적이지 않고 일방적인 견해다'고 매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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