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침략전쟁·식민지배 미화 교육도 한층 강화한다
새 고교학습지도요령서 '침략→세력확장', '아시아 독립 기여' 주장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일본이 독도 영유권 왜곡 교육과 함께 침략전쟁과 식민지배 미화에도 한층 힘을 쏟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전날 공개한 2018년판 고교학습지도요령에 따르면 고교 역사총합(종합) 과목에서 의무적으로 다뤄야 할 내용에 '일본의 근대화와 러일전쟁 결과가 아시아 제민족의 독립과 근대화 운동에 주는 영향'을 명시했다.
이는 러일전쟁, 즉 일본의 침략전쟁이 아시아 국가의 독립과 근대화를 이끌어왔다고 미화하는 일본중심의 역사관을 교육현장에서 가르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지도요령은 또 '구미제국이 아시아 제국에 세력을 확장하고, 일본이 조선반도(한반도)와 중국 동북지방에 세력을 확장한 것도 다루고, 각국 국내 상황과 국제관계 변화를 알도록 한다'고 했다.
일본이 러일전쟁을 통해 독도 침탈 등 한반도와 중국침략을 본격화하고 한반도를 강제병합해 물자 수탈과 노동자 및 위안부 강제동원, 강제 징병 등의 만행을 저질렀음에도 이에 대한 언급이나 반성을 다루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조선반도와 중국 동북지방에 대한 '세력확장'이라고 미화하는 데 급급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습지도요령의 이런 내용은 2009년 12월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표현보다도 한층 후퇴한 것이다.
해설서는 "청일·러일전쟁을 통해 국제적 지위가 상승한 우리나라는 군비 확장을 추진하면서 한국병합과 만주로 세력을 확장함으로써 식민지 지배를 추진했다"는 내용이 있다.
해설서에는 군비 확장이나 한국병합, 식민지 지배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으나 이번에 개정되는 지도요령에는 찾아볼 수 없다. 일본에 불리한 표현 자체를 아예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전후(戰後·2차대전 패전 후) 70년을 맞아 2015년 8월 15일 발표한 담화에서 나온 전쟁관과 같은 맥락이다.
아베 총리는 당시 담화에서 "식민지배의 파도는 19세기 아시아에도 들이닥쳤으며, 그 위기감이 일본에 근대화의 원동력이 됐다"며 "러일전쟁은 식민지 지배하에 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줬다"고 주장했다.
학습지도요령은 학습 현장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규정한 것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교과 내용을 담은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만들고, 교과서 업자는 이에 근거해 검정 교과서를 제작한다.
개정되는 고교 학습지도요령에 일본의 침략전쟁 부분에 식민지배, 군비 확장 등의 표현이 빠지고 "세력확장을 통한 아시아 제국의 독립에 기여했다"는 내용이 담긴 만큼 추후 제작되는 해설서에서는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을 한층 미화하는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동북아역사재단 관계자는 "일본이 교과서학습지도요령 개정을 통해 한반도와 중국침략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려 한다"며 "이는 근현대사 기술을 할 때 주변국을 배려한다는 근린제국 조항을 일본 정부 스스로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근린제국 조항은 일본 교과서 검정 기준에 포함돼 온 '인접 아시아 국가와의 사이에 일어난 근·현대의 역사적 사실을 다룰 때 국제 이해와 국제협조의 시각에서 필요한 배려를 할 것'이라는 조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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