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사태 '팍스 러시아나'…모든 주체에 영향력, 사태 진정"

입력 2018-02-14 19:33
"시리아사태 '팍스 러시아나'…모든 주체에 영향력, 사태 진정"

이스라엘 정보장관 "위기 터질 때 모두가 러시아로 시선"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이스라엘 전투기 격추와 터키의 쿠르드 공격을 계기로 시리아 사태에서 러시아의 통제력이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다.

이달 10일 이스라엘 F-16기가 시리아 영공에서 드론 시설 파괴작전을 벌이던 중 시리아 대공무기 공격에 격추됐다.

이스라엘 전투기가 작전 중 격추된 것은 1982년 레바논전 이후로 처음이다.

격분한 이스라엘은 F-16기 격추 후 즉시 보복성 시리아 공습을 단행했다. 이스라엘군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의 이란 시설물 등 12곳을 파괴했다고 공개했으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시리아군에게 큰 타격을 줬다"고 주장했다.

시리아 사태가 내전에서 지역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커졌으나 이스라엘과 시리아는 '말 전쟁'을 이어갔을 뿐 물리적 충돌은 자제하는 등 진정 국면에 곧 접어들었다.

이는 쌍방이 전면전을 원치 않았기도 하거니와 양쪽 모두에 영향력을 가진 러시아가 사태가 통제불가능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영향력을 발휘한 결과다.



러시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을 지탱하는 후견인인 동시에 이스라엘과도 협력하는 관계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투기 격추 당일 전화 통화를 하고 사태를 논의했다.

러시아정부는 특히 관련 당사자에게 자제를 발휘하라고 종용하면서, 시리아에 주둔하는 러시아군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태를 용납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을 향해서도 우회적으로 경고신호를 보냈다.

시리아 북서부 쿠르드를 겨냥한 터키의 군사작전도 사실상 러시아의 손에 달렸다.

러시아가 터키에 영공을 열어주지 않았다면 아프린 군사작전은 현재보다 훨씬 느리게 진행됐거나 더 큰 손실로 고전했으리라 가정할 수 있다.

터키군의 아프린 공격 전까지 러시아는 인근에 군을 배치해 휴전 감시 역할을 하는 등 시리아 쿠르드에도 영향력을 유지했다. 시리아 쿠르드는 모스크바에 대표부를 운영한다.

러시아는 반군 조직을 제외하고는 시리아 사태의 각 주체에 레버리지를 갖고 있고, 미국과 사이에는 충돌방지 통신라인이 가동 중이다.





최근 시리아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터키 등 외부 세력은 충돌상황이나 위기 국면에서 모두 러시아를 쳐다보는 상황이라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분석했다.

차가이 추리엘 이스라엘 정보장관은 WP에 "시리아 사태의 지배자는 러시아이며, 러시아는 상황을 통제한다는 걸 입증해 보였다"고 말했다.

추리엘 장관은 "러시아는 시리아에서 많은 것을 이뤘고 이제 그걸 안정시키려 한다"면서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팍스 러시아나(러시아가 주도하는 평화를 뜻하는 라틴어)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의 지원을 받는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SDF)이 장악한 시리아 동부 유프라테스강 동안에서 동맹군과 시리아 친정부군 사이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동맹군은 이달 10일 데이르에조르주(州) 동부에서 러시아제 T-72 탱크를 무인기로 파괴했다고 뒤늦게 공개했다.

앞서 국제동맹군은 이 일대에서 시리아 친정부군 세력을 공습, 100명 이상을 제거했다고만 발표했다.

러시아는 일부 친정부군이 러시아군과 조율 없이 유프라테스강 동안으로 정찰을 펼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러시아 언론은 당시 미군 공습으로 러시아 용병이 다수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며, 러시아군과 용병 전사자가 200명에 이른다는 소문도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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