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남북관계처럼 힘겨웠던 첫 골"…관동링크를 메운 뭉클한 함성

입력 2018-02-14 18:46
수정 2018-02-14 20:23
[올림픽] "남북관계처럼 힘겨웠던 첫 골"…관동링크를 메운 뭉클한 함성



(강릉=연합뉴스) 안홍석 김지헌 기자 = 2피리어드 9분 31초. 랜디 희수 그리핀이 문전에서 날린 슈팅이 일본 골리 다리 사이로 향하자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는 일순간 정적에 잠긴 듯했다.

퍽은 골리의 무릎 안쪽에 맞고 천천히 골대 안으로 향했다. 퍽이 골라인을 넘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하얀 링크 위에 소용돌이쳤다.



새러 머리 감독이 이끄는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14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 숙적 일본을 맞아 1-4로 졌다.

그러나 앞선 2경기에서 무득점 참패한 단일팀은 올림픽 사상 첫 골을 힘겹게 만들어냈다.



관중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북한 응원단과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꾸린 응원단을 중심으로 열띤 응원을 펼쳤다.

경기 초반 연달아 2골을 내주며 패색이 짙어지는 듯했지만, 관중들은 기죽지 않고 계속 함성을 냈다.



1피리어드 막판 단일팀이 기세를 올리자 응원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적잖은 좌석을 점유한 일본 관중들의 응원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결국, 골이 들어가자 4천여 관중들은 벌떡 일어나 단일기와 태극기를 흔들었다. '잘한다!', '한 골 더 넣어라!', '코리아 파이팅!' 등을 외치던 관중들은 어느새 하나가 돼 파도타기 응원을 시작했다.



일곱 살 딸을 끌어안은 채 한쪽 팔을 번쩍 치켜들고 응원하던 이연제(41)씨는 "그렇게도 힘겹게 한 골을 넣는 과정이 60여 년간 이어진 분단의 고통을 보여주는 것 같아 후련하면서도 슬프고, 감격스럽고, 여러 감정이 든다"면서 "일본도 세계적인 강팀이라는데 당당히 승부를 펼치는 모습이 너무도 대견하다"고 말했다.

한반도기를 흔들며 응원하던 노민식(21)씨는 "첫 골을 무척 기다렸는데 정말 통쾌했다. 한 번 더 넣었으면 좋겠다"며 "일본 골리에게 막힌 줄 알았는데 가랑이 사이로 잘 파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단체 관람 온 안정은·이채영(16) 양은 "일본 골대 뒤쪽 관람석에서 보는데 우리 선수들이 다가올 때부터 골이 들어갈 거로 예상했다. 아이스하키를 처음 보는데 이런 역사적인 장면까지 봐서 정말 좋다"며 기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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