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러쿵저러쿵' 네덜란드 롱트랙 싹쓸이 진짜 비결은

입력 2018-02-14 11:06
[올림픽] '이러쿵저러쿵' 네덜란드 롱트랙 싹쓸이 진짜 비결은

메달 117개 중 111개가 롱트랙…평창에서도 금 6개 획득

스케이트 교통수단설? 스타 집중육성 전력·프로 활성화는 사실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세계 최고의 스피드스케이팅(빙속·氷速) 강국 네덜란드가 동계 올림픽 때마다 롱트랙 메달을 휩쓰는 비결은 뭘까.



네덜란드는 평창 동계 올림픽을 포함해 지금까지 동계 올림픽에서 모두 117개 메달을 땄다.

그 가운데 하나는 스노보딩이었고 다른 하나는 쇼트트랙이었다.

피겨스케이팅에서도 3개의 메달을 땄다.

네덜란드는 스피드스케이팅 롱트랙에서만 무려 111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평창 올림픽에서도 3일 만에 스피드스케이팅 롱트랙에 걸린 9개 메달 가운데 6개를 독차지했다.

이는 이번 올림픽 메달 목표 12개의 절반에 달하는 것이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롱트랙에 걸린 메달 36개 가운데 23개를 따냈다.

그 어떤 스포츠경기, 그 어떤 올림픽에서도 한 나라가 이런 독식을 한 적이 없다.

네덜란드의 이런 모습은 육상 트랙 단거리를 지배하는 자메이카나 럭비 최강국 뉴질랜드를 연상하게 한다.

이런 성공은 현대 스포츠에서 가장 큰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럼 비결은 뭘까.

NBC 앵커 케이티 쿠릭은 평창 올림픽 개회식 도중 "암스테르담 같은 해수면 아래 도시에서 스케이트는 중요한 교통수단"이라며 "그 도시에는 겨울이면 꽁꽁 어는 운하들이 많아 이곳저곳 옮겨 다닐 때나 서로 경쟁할 때, 그리고 즐길 때 스케이트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꽁꽁 어는 운하를 오갈 때 스케이트가 적절하다는 언급이었다.

그러나 쿠릭은 네덜란드인들로부터 근거가 없는 엉뚱한 속설을 꺼낸다는 비난을 받았다.

사실 이런 분석을 내놓은 인물은 쿠릭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두 명의 언론인이 같은 분석을 제기했다가 조롱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암스테르담의 운하는 2012년 이후 더는 얼지 않는다.



1997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긴 코스를 갖고 있는 '엘프스테덴토흐트'(Elfstedentocht) '마라톤 스케이트' 경기도 할 수 없게 됐다.

경기하기에는 날이 충분히 춥지 않기 때문이다.

네덜란드가 남다른 스케이트 전통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1889년 암스테르담에서는 첫 스케이트 세계 챔피언 대회가 열렸다.

1986년 열린 경기에서 첫 금메달을 딴 캐리 가이즈센(Carry Geijssen)은 때때로 꽁꽁 언 운하에서 스케이트를 타기도 했다고 말했다.

운하 덕에 네덜란드가 스케이트 강국이 됐다는 주장 이외에 다른 설득력 있는 분석도 제기된다.

1990년대 중반까지 네덜란드는 6명의 스타 스케이트 선수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후 이들 가운데 2명이 실업 스케이트 팀을 만들었다.

요즘의 스케이트 선수 육성은 정부의 손을 떠났다.

8개의 프로 스케이트 팀이 결성돼 스스로 재원을 충당하고 80명에 가까운 선수들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이후 111개 동계 올림픽 메달 가운데 절반 이상은 정부의 육성 지원에서 벗어난 이들 '민간' 선수들이 따냈다.

네덜란드에는 모두 20개의 롱트랙 아이스링크가 있다.

미국에는 이런 롱트랙 아이스링크가 6개밖에 없다.

무려 7천 명의 청소년 스케이트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어 이 종목의 저변이 매우 튼실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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