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히 파티사진 올린 관광객 살해용의자…"죄책감 못 느껴"
범죄심리 전문가 "성범죄 여러 차례 무마되자 점차 변화한 듯"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에 온 여성관광객을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인 게스트하우스 관리인 한정민(32)씨가 자신의 범죄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둔감한 범인 유형을 보인다고 전문가가 진단했다.
14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숨진 A(26·여)씨가 8일 오전부터 보이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다른 투숙객들에게 한씨가 "그 여성이 침대에 구토하고서 (방을 빼고) 도망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연초부터 액땜했다"며 묻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A씨의 사망 추정 시각인 8일 새벽 전후 게스트하우스에서 열었던 파티현장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대로 올리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제주시 구좌읍에서 차량으로 20여분 거리인 조천읍의 한 음식점에 들러 스태프 4명과 식사를 하기도 했다.
아무렇지 않게 음식을 먹으면서 주인에게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고 밝히며 서로 홍보하자고 제안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실종신고를 접수하고 10일 오후 해당 게스트하우스에 탐문조사를 오기 전까지 한씨는 태연히 영업하면서 손님을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여성관광객 A씨는 8일 새벽 파티가 끝나갈 무렵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방에 있던 A씨의 짐은 게스트하우스 내 은밀한 곳으로 숨겨졌고, 그가 타고 온 렌터카는 500m 떨어진 길가로 옮겨졌다.
A씨의 시신은 게스트하우스 바로 옆 폐가 안방에 방치된 채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김상균 한국범죄심리학회장은 "용의자의 행동을 놓고 봤을 때 비슷한 성범죄를 여러 번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고 그때마다 별 탈 없이 넘어갔거나 부인하면 됐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범죄에 대해 둔감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자신의 범행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형으로 점점 변하고 있을 수도 있다"며 "나름대로 지능이나 교활함이 있어 자신을 철저히 은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용의자 한씨는 지난해 7월에도 게스트하우스 파티 후 술에 취한 여성투숙객의 몸을 만지는 등 준강간한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한씨는 이 사건 두 달 전인 지난해 5월 게스트하우스에서 낸 구인광고를 보고서 일을 하게 됐다. 숙소 업주와는 지분을 나누는 방법으로 운영해 왔다.
한씨는 게스트하우스 여성스태프를 고용해 "내가 사장"이라고 했다. 자신의 본명과 다른 이름도 사용했다.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태프로 일했던 한 여성은 연합뉴스와 SNS 대화를 통해 "한씨가 여성스태프들에게 매우 폭력적으로 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스태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때리려 하거나 새벽에 다 내쫓기도 했다"고 했다.
이 스태프는 "지난해 9월에는 술에 취해 혼자 방에서 잠을 잔 여성투숙객이 다음날 술이 깨고서 '밤에 누군가 나를 침대로 옮긴 것 같은 느낌을 받아 이상하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여성투숙객은 기억이 또렷하지 않아 그대로 넘어갔다고 했다.
또 "한씨의 방은 여성스태프의 방을 지나 바로 옆에 있으며 그사이에 문이 없어 마치 우리를 보면서 자는 것 같았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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