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군법정 선 '팔레스타인 저항 상징' 금발소녀

입력 2018-02-14 09:52
이스라엘 군법정 선 '팔레스타인 저항 상징' 금발소녀

17살 타미미, 죄수복 차림 첫 재판…이스라엘 "소녀 아닌 테러범"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팔레스타인 저항의 상징" "팔레스타인의 잔 다르크"로 불리는 푸른 눈의 금발소녀가 언론의 접근이 차단된 가운데 이스라엘 군사법정에 섰다.

17살의 팔레스타인 소녀 아헤드 타미미(17)가 13일 오전(현지시간) 재판이 시작된 이스라엘군 법정에 출석했다고 가디언과 AP통신 등이 14일 보도했다.



갇힌 채 지난달 17살이 된 타미미는 죄수복 차림으로 손과 발이 묶인 채 법정에 나왔다.

판사는 언론의 취재를 금지했으며, 첫날인 만큼 심리를 간단히 끝내고 다음 달까지 휴정했다.

타미미는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한 데 항의해 시위하던 중 이스라엘 병사를 맨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모습이 동영상에 찍혔다.

동영상이 국제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타미미는 사건 3일 후 새벽에 들이닥친 이스라엘군에 체포됐다.

결국, 올해 1월 1일 군인 폭행과 공무집행 방해, 선동, 투석 등 12개 혐의로 군사법원에 구속기소 됐다. 일부 혐의는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적용됐으며, 보석 신청은 기각됐다.

타미미 지지자들은 15살 사촌 동생이 투석전 도중 이스라엘군 고무탄에 머리를 심하게 다친 것을 알고 타미미가 이스라엘 경찰에 맞섰다고 주장했다.

법정에 나왔던 타미미의 아버지 바셈은 "군사법정에서 재판이 이뤄지는 만큼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며 "이것은 이스라엘군 점령의 일부"라고 말했다.

타미미는 재판 결과 수년간 감옥에서 지내게 될 것으로 보도됐다.

반이스라엘 시위가 자주 발생하는 나비 살레 지역 출신인 타미미는 이미 2012년 분노에 찬 얼굴로 이스라엘군 앞에서 주먹을 치켜든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이 사진으로 터키 대통령의 초청을 받기도 했다.

이스라엘 측은 타미미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가자 고심하고 있다.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최근 금발로 푸른 눈을 가진 타미미의 가정이 진짜 팔레스타인인지를 조사하도록 요청했다. 이스라엘 정치인들도 "어린 소녀가 아니고 테러범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공격을 당한 두 이스라엘군의 인내를 칭찬하는 반면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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