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위기' 남아공 주마 대통령, 이번엔 물러나나
여당 사퇴요구 거부해도 의회 불신임안 넘기기 쉽지 않아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그동안 여러 차례 위기를 넘기며 '불사조'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최대 고비를 맞았다.
남아공 매체 '타임스라이브'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집권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12일(현지시간) 최고기구인 전국집행위원회를 열어 주마 대통령에게 자진사퇴를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ANC 전국집행위원회는 주마 대통령에게 14일 자정까지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의회로부터 해임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전달한 상태다.
ANC의 결정에 대한 주마 대통령의 반응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ANC 지도자들과 주마 대통령의 협상에 정통한 한 소식통들은 타임스라이브에 "주마 대통령의 대응이 논란을 불러올 것 같다. 그가 조용히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주마 대통령이 그동안 보인 행보로 볼 때 ANC의 사퇴요구를 쉽게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ANC 전국집행위원회의 결정은 법적 효력은 없으므로 주마 대통령이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사면초가에 놓인 주마 대통령의 퇴진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많이 나온다.
주마 대통령이 버티기를 계속하더라도 남아공 의회가 오는 22일 소집한 불신임 표결을 통과하기 쉽지 않다.
주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이후 8차례나 치러진 불신임 투표에서 여당인 ANC의 지지를 등에 업고 살아났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시릴 라마포사 부통령이 작년 12월 ANC 대표를 맡은 뒤 주마 대통령의 당내 입지가 크게 약화했다.
불신임안이 의회를 통과하려면 전체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ANC 의원들마저 주마 대통령에 등을 돌린 만큼 이번에는 통과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여기에 주마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표결을 이번 주로 앞당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임기가 내년까지인 주마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놓은 것은 결국 비리 문제다.
주마 대통령과 관련된 비리 혐의는 무기거래와 관련된 뇌물수수, 돈세탁, 공갈 등 783건이나 된다.
대통령에 취임할 때부터 무기 사업권을 둘러싼 뇌물수수 의혹과 친구의 딸을 성폭행했다는 여러 의혹을 받았다.
2014년 그가 사저 개·보수를 위해 국고 수백만 달러를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고 2016년 11월에는 인도계 유력 재벌인 굽타 일가가 연루된 비설 실세 부패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았다.
게다가 남아공 경제는 낮은 성장률과 높은 실업률 등에 시달리면서 국민의 분노는 커졌다.
주마 대통령은 과거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으로부터 ANC를 물려받은 후계자로 통했지만 이제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탐욕스런 지도자'로 전락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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