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 김소현 "'미스 캐스팅' 소리 듣던 3년 전보다 부담"
뮤지컬 '명성황후' 주인공 다시 맡아…"실제 남편과 부부 연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3년 전에는 '미스 캐스팅'이란 말까지 나왔었잖아요.(웃음) 외국 공주, 왕비 역할을 주로 하다 보니 명성황후와는 안 어울릴 거란 이야기가 많았어요. 그런데 3년 전보다 재출연하는 이번이 더 긴장되고 부담되네요."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처럼 청초한 역할을 주로 연기해온 뮤지컬배우 김소현이 2015년 '명성황후'의 20주년 공연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공연계 안팎에서는 기대보다는 의심이 더 컸다. '김소현이 카리스마와 중저음이 요구되는 명성황후 역할에 어울릴까'란 질문이 많았다.
그러나 당시 공연에서 그는 여성스러운 외모와 특유의 맑은 목소리로 오히려 명성황후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는 이 역할로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다.
그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오는 3월 6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명성황후' 23주년 공연에 다시 출연한다.
13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그는 "3년 전과는 또 다른 모습, 더 깊어진 해석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작은 얼굴에 눈코입이 큰 서구적인 외모, 낭랑한 목소리 톤은 여전했다.
"3년 전에는 저 스스로가 카리스마 넘치는, 여장부 같은 명성황후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것 같아요. 메조소프라노 분들이 주로 맡았던 역할이라서 소프라노인 제 음색과 맞을지도 고민됐었고요. 그러나 이번에는 명성황후가 왜 그렇게 호령할 수밖에 없었는지, 한 여성으로서의 내면은 어땠는지를 잘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런 내면에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카리스마가 더 잘 드러나고 설득력 있게 전달될 것 같아요."
평가가 엇갈리는 역사적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부담에 대해서는 "제가 얼마나 이 여인을 사랑하고 있는지에 따라 관객에 전달되는 느낌이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적으로 너무나 비운의 왕비죠. 극 장면 중 수태 굿을 하는 장면이 나와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명성황후의 사치스러움에 대한 비난이 많은데, 계속 유산을 하면서 애타게 아이를 갖고 싶어 한 마음을 더 강조하고 싶어요. 죽임을 당할지도 몰라 사진찍기도, 초상화 남기기도 기피했던 그 공포심도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싶어요."
특히 이번 작품엔 실제 남편 손준호가 명성황후 남편인 '고종' 역할에 캐스팅됐다. 실제 부부가 부부 연기 연기를 펼치게 된 셈이다.
"종일 남편과 작품 이야기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 중얼중얼 대사를 외우다 보면 상대방이 자연스럽게 받아쳐 주게 되는 식이죠. 7살 된 아들 주안이가 노래를 따라 부를 지경이에요. 하하."
이들 부부는 SBS 육아 예능 프로그램 '오! 마이 베이비'에 아들 주안과 나와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일상이 공개되는 TV 프로그램에 나온 뒤 연인 역할로 출연하는 게 어쩐지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부부 역할로 나오니까 안정감이 느껴지네요. 육아요? 함께 캐스팅됐다고 하니 가족들이 더 좋아하던걸요. 특히 시부모님이 '아이 걱정은 말라'면서 크게 격려해주셨어요. 주안이한테도 물어봤는데 '나는 잘 있을 테니 걱정하지마'라고 말하던걸요. 하하. 공연 잘하고 오라고 했으니 잘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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