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이층버스 참사'에 설 불꽃놀이 취소…시진핑도 애도

입력 2018-02-13 10:48
홍콩, '이층버스 참사'에 설 불꽃놀이 취소…시진핑도 애도

19명 사망 초래한 운전기사 기소…모금액 60억원 달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시내 도로에서 이층버스가 전도돼 19명이 숨진 참사에 애도를 표하고자 홍콩 정부가 춘제(春節·중국의 설) 불꽃놀이를 취소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보도했다.

10일 오후 6시께 승객을 가득 태운 872번 이층버스가 샤틴 경마장에서 타이포 지역으로 과속으로 달리던 중 내리막길에서 갓길 방향으로 전도돼 19명이 숨지고, 66명이 다쳤다. 이는 2003년 21명의 사망자를 낸 버스 사고 이후 최악의 참사이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희생자 가족에 애도를 표하고 지역 사회가 함께 슬픔을 나누고자 춘제 불꽃놀이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7일 저녁 8시 빅토리아 하버에서 열릴 예정이던 춘제 불꽃놀이에서는 무술년(戊戌年) 개띠 해를 맞아 2만9천 개의 폭죽으로 개 형상 등을 나타낼 예정이었다.

매년 1월 1일과 춘제, 10월 1일 국경절에 열리는 홍콩 불꽃놀이는 그 화려함으로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2014년에는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으로 인해 국경절 불꽃놀이가 취소됐었다.

올해 춘제 불꽃놀이에는 880만 홍콩달러(약 12억원)의 비용이 들 예정이었다. 홍콩 정부는 절감된 비용을 희생자 가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까지 참사 희생자를 돕기 위해 홍콩 시민들이 기부한 모금액은 4천250만 달러(약 60억원)에 달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홍콩 주재 중국 연락판공실을 통해 희생자 가족에게 위로와 조의를 표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도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홍콩 정부는 이날 정부청사의 홍콩 깃발과 오성홍기를 조기(弔旗)로 달았다. 홍콩 내각과 입법회도 이날 1분간의 묵념을 통해 애도를 표했다.



한편 홍콩 경찰은 위험한 운전으로 승객의 사망을 초래한 혐의로 30세 운전기사 찬 씨를 기소했다.

생존자들은 사고 발생 전 버스 기사와 일부 승객이 심한 말다툼을 벌였다고 증언했다. 버스 기사가 출발 예정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도착하자 일부 승객이 큰 소리로 꾸짖었고, 이에 양측이 욕설까지 주고받는 심한 말다툼이 벌어졌다.

한 승객은 "일부 승객이 꾸짖자 그는 기분이 몹시 나쁜 것처럼 보였고, 이후 비행기를 모는 것처럼 버스를 몰았다"고 말했다. 다른 승객은 "그는 굉장히 버스를 빨리 몰았고, 내리막길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고 후 버스에서 나온 기사는 경찰에 신고한 후 버스 안의 부상자들을 지켜보기만 할 뿐 이들을 구조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료 기사들에게 메신저 왓츠앱으로 문자를 보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버스 기사 노조는 "회사 측이 비용 절감을 위해 무리하게 인력을 줄이고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 참사가 빚어졌다"며 "승객들도 운전기사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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