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면역 질환 딛고 바이애슬론 銀…쿠즈미나는 '강한 엄마'

입력 2018-02-12 22:15
[올림픽] 면역 질환 딛고 바이애슬론 銀…쿠즈미나는 '강한 엄마'

올림픽 3회 연속 메달…한국 대표팀 프롤리나와 '절친'



(평창=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아나스타시야 쿠즈미나(34·슬로바키아)는 10일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바이애슬론 여자 7.5㎞ 유력한 우승 후보였다.

2017-2018시즌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월드컵 세계랭킹 2위라 메달권은 물론이며, 사상 첫 여자 스프린트 3연패까지 노릴 만했다.

쿠즈미나는 기대와는 달리 사격에서 흔들리며 13위에 그쳤다.

그러나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웃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다시 바이애슬론 선수로 뛸 수 있을지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쿠즈미나는 2016-2017시즌 자가면역 질환으로 끝없는 부진을 겪었다. 그 후유증으로 호흡이 원활하지 못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가 기본인 바이애슬론은 초인적인 폐활량을 요구하는 종목이다.

쿠즈미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속해서 재활 훈련을 소화해 이번 시즌에만 월드컵에 4차례 우승하며 다시 정상권에 복귀했다.

12일 여자 추적 경기에서도 쿠즈미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보여줬다.

바이애슬론 추적은 스프린트 순위에 따라 출발한다.



13번째로 출발한 쿠즈미나는 스프린트 때와는 달리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줘 2위로 골인했다.

평창올림픽 자신의 첫 메달이자 통산 4번째(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올림픽 메달이다.

원래 쿠즈미나는 러시아 출신이다.

두 아이의 엄마인 쿠즈미나는 출산 이후 그를 대표팀에 선발하지 않으려는 러시아와 갈등을 겪다가 2008년 슬로바키아로 귀화했다.

그리고 2010년 밴쿠버 대회 바이애슬론 여자 스프린트에서 우승해 슬로바키아에 역사상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출산 이후 대표팀과 갈등을 겪은 건 한국으로 귀화한 안나 프롤리나(34)와 비슷하다.

같은 러시아 출신이자 동갑내기인 쿠즈미나와 프롤리나는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쿠즈미나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아이들을 생각하며 "평창에서 온 가족을 위한 메달을 따는 게 목표다. 세 번의 올림픽 연속으로 메달을 따서 매우 기쁘다"며 미소 지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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