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언론·학계, 이웃 몰디브 비상사태 개입 놓고 '갑론을박'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몰디브에서 압둘라 야민 대통령이 지난 5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현직 대법원장과 야권을 지지하는 전직 대통령을 체포한 지 1주일이 지난 가운데 인도 언론과 학계에서는 인도의 몰디브 사태 개입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몰디브 야권에서 이미 인도에 개입을 요청한 상황에서 역내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인도의 지도적 역할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개입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에 다른 쪽에서는 개입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으며 자칫 몰디브 정정불안 책임을 인도가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12일 인도 언론에 따르면 미국 카네기재단이 설립한 인도 싱크탱크 카네기 인디아의 C.라자 모한 소장은 언론 기고문에서 "인도가 몰디브와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야민 대통령의 편을 택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모한 소장은 "인도의 개입은 중국의 비난을 받겠지만 다른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개입을 지지했다.
또 다른 인도 싱크탱크 탁샤실라연구소의 니틴 파이 공동설립자도 "몰디브 정권이 비민주적인 상태를 넘어 민주주의에 적대적이고, 인도를 겨냥해 노골적으로 중국 카드를 사용하고 있으며 파키스탄에도 재정적 지원을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명백하게 인도의 개입이 가능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도 일간지 타임스오브인디아의 외교담당 에디터 인드라니 바그치는 미국의 이라크 및 시리아 군사 개입과 과거 스리랑카 내전에 인도가 관여한 것 등을 언급하며 "'함포 외교'는 해당국의 내부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며 해당국의 문제가 바로 우리의 문제가 된다"면서 인도 정부의 개입에 반대했다.
바그치 에디터는 또 "모든 남아시아 문제를 인도와 중국의 제로섬게임 성격의 대리전으로 보는 시각에 반대한다"면서 몰디브 문제도 인도와 중국의 이해가 완전히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인도 정책연구소(CPR)의 브라마 첼라니 교수는 "몰디브 수도 말레를 접수하는 데는 네댓 시간밖에 걸리지 않겠지만, 문제는 (이후) 누구를 세울 것인가 혹은 최종 목표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라며 무력 개입의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인도 정부는 이 문제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야민 대통령 치하에서 테러방지법 위반으로 체포돼 징역 13년형을 선고받은 뒤 망명한 모하메드 나시드 몰디브 전 대통령이 지난 6일 트위터를 통해 인도에 특사와 함께 군대를 몰디브에 파견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이에 대한 답변 대신 몰디브 비상사태 선포에 우려를 나타내며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만 밝혔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로 몰디브 문제를 논의한 이후에도 "두 정상이 몰디브의 정치 위기에 관해 우려를 나타내고 민주적 제도에 대한 존중과 법치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절제된 메시지만 백악관이 발표했을 뿐이다.
인도는 다만 몰디브가 중국에 특사를 보내 지원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서는 9일 "몰디브 정부가 안전을 유지할 능력이 있다고 중국이 언급한 것에 주목한다"면서 "모든 나라가 몰디브에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성명을 냈다.
이 같은 인도 정부의 태도는 몰디브 사태 개입이 내년 초에 있을 인도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중하게 고려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몰디브 거주 인도인의 안전 위협 등 개입에 필요한 명분을 기다리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9일 몰디브에서 인도 언론인 한 명이 체포됐다고 인도 외교부가 확인하기도 했다.
모디 총리는 12일 팔레스타인과 아랍에미리트, 오만 등 나흘간의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다. 그의 귀국 이후 이번 사태에 관한 인도의 정책이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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