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인텔의 개막식 '드론 쇼', IT 강국 자성 계기로 삼아야

입력 2018-02-12 19:47
[연합시론] 인텔의 개막식 '드론 쇼', IT 강국 자성 계기로 삼아야



(서울=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미국 반도체 회사 인텔이 드론(무인기)을 이용해 벌인 공중 쇼가 찬사를 받았다. 인텔은 자사 소형 드론 '슈팅 스타' 1천218대를 상공에 날려 오륜기와 스노보드 선수 형상을 멋지게 그려냈다. 다만, 인텔은 평창의 강한 바람과 날씨 변화, 안전 등을 고려해 지난달 정선 알파인스키센터에서 이 장면을 사전 녹화한 후 개막식에선 화면을 공중에 쏘는 방식으로 재연했다. 각각의 드론은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장치를 갖춰 하늘에서 수많은 색 조합을 연출할 수 있다고 한다. 1천 대가 넘는 드론을 조종사 한 명이 컴퓨터 한 대로 조종했다니 놀랍다. 대회 개최국이자 세계적 IT(정보기술) 강국인 한국이 우리 힘으로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텔의 이번 드론 군무(群舞)는 행사용일 뿐 상용 서비스와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 개막식을 통해 엄청난 홍보 효과를 거뒀으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인텔은 기네스 '드론 비행' 부문에서 최다 신기록도 세웠다. 종전 기록도 이 회사가 갖고 있었는데 2016년 독일에서 세운 '600대'였다고 한다. 슈팅 스타는 가로·세로 각 38.5cm의 플라스틱 소재로 무게(330g)도 배구공 정도다. GPS·LED 조명·통신용 칩·배터리 등이 장착돼 있지만, 성능 자체가 첨단은 아니다. 각 드론이 150cm 간격을 유지하며 비행하게 하는 게 핵심 기술인데, 인텔은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한 통신 소프트웨어(SW)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을 '첨단 ICT 올림픽'으로 치르겠다고 일찌감치 예고했다. 실제로 세계 최초의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선보였고, UHD(초고화질화면) 방송으로 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대회장 주변 곳곳에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IT서비스 체험관을 열어 외국 관람객들한테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개막식에서 인텔에 드론 쇼를 넘겨준 것은 생각해볼 대목이다. 인텔은 폐막일 전날까지 매일 밤 주요 경기 시상식에서 드론 쇼를 보여준다고 한다.

미국의 방산 컨설팅기업 틸 그룹(Teal Group)에 따르면 세계 드론시장은 2016년 26억 달러(약 2조800억 원)에서 2025년 104억 달러(약 11조3천억 원)로 4배가 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드론 생산국인 중국과 미국 등에 비하면 국내 드론산업은 걸음마 단계다. 영세 중소·벤처기업이 주로 생산을 하는데 그나마 핵심부품의 40%는 수입에 의존한다. 정부는 지난해 말에야 '무인 이동체 기술 개발·성장 10개년 로드맵'을 발표했다. 인텔에 개막식 드론 쇼를 내준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지금부터라도 드론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드론 운행의 시간과 장소를 제한하는 규정도 시민안전 등에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탄력적으로 풀었으면 한다. 비단 드론산업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이 규제에 막혀 뛸 엄두도 내지 못하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차제에 우리가 진정 'IT 강국'이 맞는지 자문해볼 필요도 있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