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살해 공범 2명, 2심서 '책임 떠넘기기' 공방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8세 여자 초등학생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중형을 받은 2명이 항소심 법정에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진실공방을 벌였다.
서울고법 형사7부(김대웅 부장판사)는 12일 주범 김모(18)양의 항소심 속행 공판을 열어 공범인 박모(20)씨를 증인으로 신문했다.
재판에서는 두 사람이 만나게 된 온라인 공간인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각자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이 커뮤니티는 살인 등 가학적 상황을 만들어 역할극을 하는 곳으로, 이곳에서의 경험이 두 사람의 범행을 부추긴 것으로 조사됐다.
김양 측 변호인은 이 커뮤니티에서 '조직원' 역할을 했던 김양이 '부두목'이었던 박씨의 지시에 따랐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박씨는 "김양 스스로 자신의 캐릭터가 학대당하는 것을 즐겼다"고 맞섰다. 또 "김양이 자신의 캐릭터가 학대당하는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고 말하자 김양은 "네가 그리라고 했잖아!"라며 소리를 질렀다. 두 사람이 신경전을 벌이자 재판장이 나서 제지하기도 했다.
박씨는 김양이 범행을 저지를 당시 상황을 단지 역할극이나 김양의 망상이라고 생각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 검찰의 신문이 진행될 때에는 "질문하고 싶은 상황이 뭐냐"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양은 지난해 3월 29일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생 A양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살해한 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박씨도 김양과 살인 범행을 함께 계획하고 훼손된 A양 시신을 건네받아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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