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러시아 도핑 고발자 "목숨 위협 속 살지만 변화 이끌 것"
로드첸코프, 미 방송 출연…"약물 의존 구제불능자 10~15%"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국가 차원의 러시아 도핑 스캔들을 폭로한 내부고발자가 목숨을 위협받는 처지지만 앞으로도 체육계의 도핑 폭로에 헌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모스크바 반도핑실험실 소장을 지낸 그리고리 로드첸코프 박사는 자신의 고발로 러시아 대표팀의 출전 봉쇄 속에 평창 올림픽이 개막한 가운데 11일 밤 미국 CBS 방송의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이런 의지를 피력했다.
로드첸코프 박사는 방송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을 암살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미국에서 공포 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로드첸코프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려는 듯 2015년 미국으로 탈출한 뒤 처음으로 전파를 탄 인터뷰에 머리색을 바꾸거나 코밑수염을 완전히 민 모습으로 출연했다. 또 방탄조끼를 입은 채 거리를 오가는 모습도 공개됐다.
그는 지난달 말에는 독일 공영방송 ARD가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에 목소리만으로 출연, 푸틴 대통령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들이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로드첸코프는 자신을 위협하는 공포 속에서도 체육계의 도핑 행태를 고발하는 데 헌신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변화의 선도자가 되겠다는 의사도 피력했다.
올림픽이 아직은 모든 선수를 의한 공정한 경쟁의 장이 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로드첸코프는 선수들이 마약에 의존하려는 것은 인간적인 본성 탓이지 스포츠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며 "구제불능인 사람들이 10% 내지 15%는 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밖에 스스로 러시아 도핑 추문에 개입된 만큼 자신이 한 역할에 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미국으로 탈출한 로드첸코프는 소치 올림픽 당시 자신이 행한 도핑 결과 조작 등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들도 폭로했다.
그의 폭로 탓에 러시아는 올림픽 메달을 박탈당했으며 이번 평창 올림픽에도 러시아 선수들은 국가대표 차원의 출전은 금지됐고, 개인 차원에만 허용됐다.
이에 따라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는 개인 차원의 '러시아에서 온 선수들' 168명만이 참가했으며, 이들은 자국 국기 대신 올림픽기를 앞세우고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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