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위탁 기관장에 잇단 퇴직공무원 채용…민간단체 반발
구미시 퇴직공무원에게 유리한 자격요건 공고까지
(구미=연합뉴스) 박순기 기자 = 경북 구미시가 민간위탁 기관·시설 대표 채용에 계속 개입해 퇴직공무원들을 뽑자 민간분야 관련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12일 구미시, YMCA 등에 따르면 구미시는 민간에 위탁한 기관·시설 책임자 4명을 공모하는 데 직접 관여해 모두 퇴직공무원으로 뽑고 있다.
지난 1월 구미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 시 국장 출신을 채용했다.
또 지난해 12월 민간에 위탁한 선산청소년수련관장을 시 과장을 지낸 퇴직자로 뽑았다. 1년여 전에는 민간위탁 왕산허위선생기념관 관장을 시 과장 출신으로 채용했다.
12일까지 공개채용 신청을 받는 구미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장도 자격요건을 공무원 출신자에게 유리하도록 제한했다.
자격요건은 ▲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 소지자 중 복지업무 10년 이상 근무한 6급 이상 공무원이나 복지분야 10년 이상 행정업무 근무자 ▲ 사회복지사 자격증 없이 복지분야 3년 이상 근무한 5급 이상 공무원이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사회보장 증진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법인·단체·시설과 연계협력을 강화하는 민·관 공동체이다.
2005년 출범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장은 임기 3년이고 연봉은 2천500만원이다. 지금까지 간사와 직원 2명으로 운영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사무국장을 뽑는다.
구미YMCA 최현욱 부장은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 책임자를 뽑는데 자격요건을 사실상 공무원 출신으로 제한했다"며 "이미 구미시 과장 출신 한 명이 채용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다른 시·군은 구미시와 달리 사무국장 자격요건으로 사회복지 관련 기관·단체 7년 이상 근무자, 사회복지법인·비영리단체·시민단체 경력자 등으로 공고했다.
구미시는 "타 시·군 공고문을 살펴보지 않았지만 퇴직공무원을 채용하기 위해 기준을 정하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구미시 채용계획을 두고 복지 분야 단체들은 "구미시가 퇴직공무원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민간영역을 침해하고 있다"며 "공무원에게 매우 유리한 경력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자격요건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김휴진 구미시 복지환경국장이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효율적인 조직 관리를 위해 공무원 출신 인사가 필요하다"고 밝히자 민간단체는 "오히려 복지 전문가를 초빙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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