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김여정, 펜스의 스포트라이트를 빼앗다"
"외교 이미지 게임서 펜스 압도"…전문가 "펜스, 북한 손안에서 놀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김정은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규모 대표단을 보내기로 했을 때, 전 세계는 그가 올림픽을 독차지할까 봐 걱정했다. 그게 정말 김정은의 의도였다면, 그에게 김여정보다 더 나은 특사는 없었을 것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평창올림픽에서 매력을 발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으로 가는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았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은 대중 앞에서는 입을 열지 않고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은 김여정이 외교적인 이미지 메이킹 게임에서 펜스 부통령을 앞질렀다고 평가했다.
또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때까지 압박을 강화한다는 '해묵은 메시지'를 갖고 온 펜스 부통령과 달리,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예상치 못한' 방북 초청과 화해의 메시지를 가지고 왔다고 설명했다.
김여정은 등장하는 곳마다 관심을 끌었지만, 펜스 부통령은 올림픽 개막식 전 문 대통령이 주최한 만찬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을 때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신문은 꼬집었다.
개회식에서 남북 단일팀이 입장할 당시 청중들은 기립박수를 보냈지만 펜스 부통령은 앉은 자리를 지켰고, 이는 문 대통령과 선수단에 실례되는 행동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전 국무부 한일담당관 민타로 오바는 "펜스 부통령이 북한의 손안에서 놀았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과 거리를 두고, 남북한 관계를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깎아내리려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펜스 부통령이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알렉시스 더든 교수는 "펜스 부통령이 남북 단일팀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면 비핵화 대화에 정말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그게 미국의 입지를 위축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든 교수는 "남북 단일팀이 입장했을 때 펜스 부통령 부부가 일어서지 않았다는 사실은 미국의 '괴롭히기' 외교행태가 새롭게 바닥을 찍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펜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도 있다. 서던캘리포니아대 한국학 연구소장 데이비드 강은 "미국의 강경론자들은 그가 잘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이와 함께 한국에서 우호적인 김여정의 모습에 호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었지만, 인권탄압의 현실을 감추려는 위장술이라며 비판하는 등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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