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살아있네'… 16년 최장 총리 '도전'

입력 2018-02-12 11:49
수정 2018-02-12 14:46
메르켈 '살아있네'… 16년 최장 총리 '도전'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따르는 별칭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위기 총리'다. 재임 기간 그리스 채무 위기와 난민 위기 등 숱한 위기를 만나 휘청댔지만 끝내 풍랑을 견뎌내고 내내 자리를 지킨 그의 '오뚝이 권력'을 상징하는 말이다.

그런 그가 11일(현지시간) 독일 제2 공영 ZDF 일요일 저녁 프로그램 '베를린 디렉트'에 출연해 차기 대연정 임기 4년 총리직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그건 "내가 이미 한 약속"이라는 말을 곁들이면서다.

정치 비자금 추문으로 기독민주당(CDU)이 비틀거리던 2000년 볼프강 쇼이블레 현 연방하원 의장에게서 넘겨받은 당수직도 당분간 내놓을 뜻이 없다고 했다. 안정적 정부를 세우려면 당수직과 총리직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근거를 들었다.

메르켈의 전임 총리였던 사회민주당(SPD) 소속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총리 재임 기간 당수직을 내놓아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을 독일 정치 전문가들은 더러 내놓는다.

메르켈 총리는 또, 60대 이상과 미만 연령층을 고루 등용해 후배들을 키우겠다는 의지도 밝히고 오는 26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때까지 CDU에 배정된 6개 부처 장관을 지명하겠다고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앞서 사민당과 차기 대연정 구성을 위한 본협상에서 타협하면서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당내 비판에 시달렸다. 이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두 차례(메르켈 집권 1, 3기) 대연정에서도 그는 최저임금제 등 사민당의 진보 의제를 많이 받아들인 채 정부를 구성하고 가동했다.

따라서 비판은 정책보다는 장관 배분 양보에 쏠리지만, 이 역시 현 메르켈 집권 3기 대연정과 비교하면 단 한자리, 즉 재무장관을 사민당에 넘겼다는 것에 모인다.

사민당은 현 대연정에서도 외무, 노동, 경제, 법무, 환경, 여성가족 부처 장관직을 챙겼다. 차기 대연정에서 바뀌는 점은 사민당이 가진 경제장관을 기민당이, 기민당이 가진 재무장관을 사민당이 각각 보유한다는 거다.

예산을 다루는 재무장관이 산업정책을 살펴보는 경제장관보다 요직이기 때문에 이번 '바터'를 두고 기민당에서 불만이 나오는 건 당연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재무장관은 자의적으로 행동할 수 없다"며 "우리는 균형예산에 합의했고 유럽연합(EU) 관련 정책은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방어했다.

메르켈 총리는 "나는 재무부를 (기민당 몫으로) 지키길 원했다. 사민당에 그 부처를 내준 건 의도적 결정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본협상은 깨졌을 것"이라고도 지적한 뒤 연정계약서(정책 타협안)를 마련하고도 장관직 배분을 합의하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사람들에게 말한다면 "그건 무책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재무장관을 예약한 사민당 올라프 숄츠 함부르크 시장 자신도 지난 주말 발매된 주간 슈피겔에 "균형예산을 지키겠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독일 연방정치를 움직이는 여러 원칙 가운데 '부처 원칙'이라는 것이 있는 데서도 보듯 장관직의 재량은 상당하고, 따라서 사민당 수장이 주도하는 재무부가 대연정 내각에서 얼마나 부드럽게 또는 껄끄럽게 역할 할지 두고 볼 일이다.

이런 가운데 메르켈이 차기 총리에 정식 취임하고 4기 연임 내각을 출범시켜서 스스로 말한 대로 4년 임기를 꽉 채운다면 그의 정치적 후견인 또는 스승으로도 불린 '통일 총리' 헬무트 콜의 최장 총리 재임 기록을 깨게 된다.

메르켈까지 역대 8명의 독일 총리(9일간'과도 총리' 지낸 발터 셸 제외) 가운데 지금껏 최장 재임 기록은 콜의 5천870일이며 그다음이 초대 총리 콘라트 아데나워의 5천144일이다. 메르켈 총리의 재임 기간은 그러나, 이날 현재까지 12년 81일(4천464일)이며 단순 셈법으로 이에 4년(1천460일)을 더하면 5천924일에 이르게 된다.

이는 어디까지나 메르켈 총리가 4년 임기를 다 채우는 시나리오에 기반을 둔 것이다. 많은 이는 그가 권력의 정점을 찍고 이미 저물기 시작했다고 본다는 점에서 임기 완수 여부를 지금 장담하는 건 속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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