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대리전 격화…'숙적' 이란-이스라엘 전운 고조되나
WSJ·FT "이스라엘-이란 갈등에 전쟁 촉발요소 다분"
러시아 중재·국제사회 우려로 "전면전 안 갈듯"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이스라엘군이 10일(현지시간) 시리아군 공격에 자국 전투기가 추락한 직후 시리아를 향해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하면서 이스라엘과 시리아를 지원해 온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중동 내 숙적 관계인 이스라엘과 이란이 7년째 내전의 수렁에 빠져 있는 시리아에서 새로운 대리전을 펼쳐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양상은 지난 10일 새벽 불거졌다.
이스라엘 전투기가 시리아에서 날아온 드론 한 대를 격추하면서 무력 충돌을 촉발했다.
이스라엘은 당시 "이란 드론 한 대가 시리아에서 자국 영토로 침투해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이스라엘 전투기 F-16기가 같은 날 이스라엘로 무인기를 날려 보낸 시리아 내 이란 시설물 등을 파괴하는 작전 수행 중 시리아군의 대공 미사일에 맞아 추락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당시 추락한 이스라엘 조종사 2명은 비상탈출해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지만, 이스라엘은 곧바로 전투기를 동원해 시리아 영토 깊숙이 자리한 시리아군과 이란군 시설을 맹폭했다.
친시리아 정부 성향의 매체는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으로 약 25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의 이번 강력한 보복 대응을 두고 "서로 충돌하는 목표 때문에 중동의 두 강호인 이란과 이스라엘이 어떻게 전쟁까지 치르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12일 보도했다.
WSJ는 이란이 시리아 내 영향력 강화를 위해 그 나라에 군 병력 배치를 증가시키는 반면 이스라엘은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이란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이런 충돌이 벌어졌다는 점을 주목했다.
국방 전문가들은 시리아 북부 국경에서 이란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의 주둔을 막으려는 이스라엘의 시도 때문에 추가적인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쌍방이 모두 이 쟁점에서 각자 목표를 바꾸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국가안보연구소의 아모스 야들린 소장은 "이란은 시리아와 레바논에 군사력을 증강하려 하는 결의가 있고 이스라엘은 이를 저지하려는 결의가 있다"며 "이 두 목표는 충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날자 보도에서 이스라엘 전투기 격추는 "시리아 내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빚어질 수 있는 새로운 중동 전쟁의 우려스러운 가능성을 암시하는 일종의 번개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이스라엘과 이란·이란 동맹군 간 새로운 전쟁이 즉각 발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전쟁에 불을 붙이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가 준비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시리아에서 쏟아지는 강경한 발언도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요소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1일 내각회의에서 이스라엘군의 시리아 공습에 대해 "우리는 어제 이란과 시리아 군대에 큰 타격을 가했다"며 "우리를 해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반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아 국영 매체는 이스라엘의 공습을 두고 "이스라엘의 새로운 침략"이라고 비난했다.
이란도 "시리아는 자위권을 갖고 있다"고 밝히며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원하는 한 이란군은 그 나라에 계속 주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란은 시리아에 이란의 군사기지를 짓고 있다는 의혹은 일축했다.
이란의 동맹인 헤즈볼라 역시 이번 대결은 이스라엘에 대한 새로운 전략적 국면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시리아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리전 양상이 당장 전면전으로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시리아를 지원하는 러시아가 중재에 나설 수 있고 국제사회가 확전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해 평화적 해법을 마련하기를 원하며 이스라엘-이란의 충돌을 바라지 않는다고 이스라엘 관리들이 말해 왔다고 WSJ은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이번 충돌 직후 시리아에서 새로운 대치 국면으로 이어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시리아에 파병 중인 자국군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유엔도 시리아에서 대치 국면이 악화하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시리아에서 군사적 긴장이 커지는 우려스런 상황과 접경지대까지 퍼진 위험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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