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비서관 파문에 '트럼프 백악관' 격랑 속으로
총체적 난맥상 속 켈리 비서실장 경질론…'안보 스캔들' 비화 조짐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백악관이 사임한 롭 포터 전 백악관 선임비서관의 가정폭력 스캔들 후폭풍에 휩싸였다.
부실한 초동대처부터 근본적인 위기관리·대응 능력에 이르기까지 거센 비판에 직면하면서 존 켈리 비서실장의 퇴진론이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지난여름 권력 내부의 암투 등으로 측근들에 대한 연쇄 축출 도미노가 빚어진 이래 백악관이 최대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망이 컸던 '실세' 포터 전 비서관이 과거 전처 2명을 폭행했다는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의 한 연예 매체 보도로 촉발됐다.
파문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포터 전 비서관은 결국 지난 7일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났지만, 이 과정에서 백악관의 수수방관과 포터 전 비서관에 대한 당국의 부실한 검증, 사후 대처 방식 등을 두고 거센 논란이 빚어졌다.
켈리 비서실장이 초기에 포터 전 비서관을 두둔하며 시간을 끈 데다 진작부터 그의 혐의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 눈을 감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경질론이 고조되는 등 그로선 지난해 8월 백악관 입성 후 최대의 거취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본인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얘기도 일부 미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벌써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 국장과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이 후임으로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포터 전 비서관과 트럼프 대통령 장녀 이방카 트럼프의 인맥으로 알려진 백악관 호프 힉스 공보국장간 '염문설'이 불거진 데 이어 백악관 연설 담당 직원인 데이비드 소렌슨이 가정폭력 문제로 지난 9일 추가로 사퇴하는 등 백악관 내 '도덕적 해이' 논란이 확산했다.
이처럼 백악관 직원들의 가정폭력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백악관의 신원 조회에 구멍이 있다는 제적이 제기된 가운데 포터 전 비서관이 '과거' 때문에 완전한 기밀취급권을 얻지 못하고 '임시 기밀취급권'만 가진 채 일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안보 부실 관리 논란으로까지 비화한 양상이다.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백악관에서 포터 전 비서관에 대해 "우리는 그가 잘 되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넨 데 이어 10일에는 "사람들의 삶이 단지 혐의만으로 산산조각이 나고 망가지고 있다"는 트윗을 올려 포터 전 비서관과 소렌슨을 두둔한 게 아니냐는 빈축을 샀다.
이에 대해 의회 내 성추행 추방 운동에 앞장서온 민주당 재키 스피어(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트위터 글을 통해 "트럼프의 트윗을 보니 메스껍고 역겹다"고 맹비난했다.
이번 파문으로 백악관이 다시 대혼돈에 빠져들면서 지난여름 백악관에 들어와 '군기반장'을 자임, 측근 간 권력다툼으로 어지러워진 내부를 추스르며 질서 다지기에 나섰던 켈리 비서실장 체제가 치명타를 입게 됐다. 여기에 '러시아 스캔들' 특검에 따른 위험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전히 큰 리스크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 "가정폭력 사건으로 백악관이 격랑에 휘말렸다"고 보도했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포터 전 비서관이 완전한 기밀취급권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민감한 정보 관리를 어떤 식으로 해왔는지 그 허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이번 사건은 '국가안보 스캔들'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CNN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 12명은 지난 9일 켈리 비서실장과 돈 맥건 백악관 법률고문 앞으로 서한을 보내 포터 전 비서관의 전처 폭행 혐의를 언제 처음 인지했는지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등 쟁점화에 나서고 있어 정치권 내에서도 공방이 확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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