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연정 일등공신 사민 슐츠, 장관직 커녕 정치생명도 위기

입력 2018-02-12 06:32
대연정 일등공신 사민 슐츠, 장관직 커녕 정치생명도 위기

중앙위원회의에서 날레스 원내대표에게 대표직 빼앗길 위기

외무장관 맡아 유럽의 대표 정치인 될 뻔…협상 타결 후 롤러코스터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대연정 추진을 주도한 사회민주당의 마르틴 슐츠 대표가 자칫 정치생명이 끝날 수 있는 위기에 몰렸다.

지난 7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사민당이 대연정 본협상을 타결지을 때만 해도 슐츠 대표의 입각은 기정사실화됐다.

슐츠 대표는 협상 타결 소식을 알리면서 외무장관직을 맡는 대신 당 대표직을 안드레아 날레스 원내대표에게 넘겨주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애초 메르켈 4기 내각에서 장관직을 맡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가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그러나 당내에서 반발이 일어난 데다, 현재 메르켈 3기 대연정 내각에서 사민당 소속의 지그마어 가브리엘 외무장관이 "존중심이 부족하다"고 일갈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결국, 슐츠 대표는 이틀 만에 입장을 번복해 외무장관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연정 협상안을 놓고 오는 20일부터 약 2주간 실시하는 사민당 전 당원 투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당내 권력싸움에서 밀린 셈이다.

더구나 슐츠 대표는 대표직마저 조만간 날레스 원내대표에게 넘겨줄 위기에 처했다.



11일(현지시간) 일요지 빌트 암 존탁은 날레스 원내대표가 오는 13일 열리는 당 중앙위원회의에서 대표직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슈피겔 온라인도 중앙위원회의에서 날레스 원내대표가 대표직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슐츠 대표는 오는 3월 당원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뒤 퇴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사민당 내 좌파는 슐츠 대표가 외무장관직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 전만 해도, 당원투표를 통해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표직 이양 문제를 놓고 내부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슐츠 대표로서는 유럽을 대표하는 주요 정치인 대열에 합류할 기회를 거머쥘 뻔하다가 정치무대에서 퇴출당할 상황에 부닥치게 된 것이다.

유럽의회 의장 출신인 슐츠 대표는 대연정 협상에 앞서 '유럽 연방'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는 등 유럽연합(EU) 통합 정책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이 때문에 외무장관에 오르면 프랑스와 함께 재정과 국방 등의 분야에서 강력한 EU 통합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왔다.

슐츠 대표는 지난해 3월 전대에서 대의원 전원인 605명의 100% 지지를 얻으며 대표에 올랐다.

이후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메르켈 총리를 위협했으나,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패배하며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사민당은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으로 패배하며 야당의 길을 선언했다.

그러나, '자메이카(기민·기사 연합-자유민주-녹색당) 연정' 협상이 결렬되며 독일이 정치적 혼란에 빠지자, 슐츠 대표 등 사민당 지도부는 메르켈 총리의 대연정 협상 제안을 받아들였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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