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각 선수단의 '패션 외교전'…세계에 국가 이미지 각인효과
선수복 통해 각국 고유의 색깔 드러내며 세련된 디자인 선보여
프랑스 등 국기 상징 단복 채택…포브스 "최악은 노르웨이"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지난 9일 개막하고 나서 세계 각국 선수단의 패션 단복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선수단의 개회식 입장은 나라마다 어떻게 각자의 국가적 색깔을 드러내면서도 어느 만큼 세련되게 디자인했는지를 한눈에 볼 기회여서다.
최근에는 선수단 단복을 기억에 남으면서도 입기 편한 형태로 제작하는 추세여서 일반인들이 일종의 패션 아이템으로 단복을 입는 경우도 흔하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스웨덴 대표팀과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H&M이 손잡고 만든 선수단 단복이 큰 인기를 끌며 '완판'된 것이 대표 사례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지난 1일(현지시간) '2018년 동계올림픽에서의 패션 외교: 선수복의 경쟁'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각국 선수단은 복장을 통해 세계관중에게 각 나라의 이미지를 선보일 수 있고 이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먼저 평창올림픽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회색으로 감싼 러시아 선수들을 만나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 의류업체 자스포트가 제작한 단복에선 삼색 국기나 머리가 두 개 달린 독수리 같은 러시아의 그 어떤 상징도 찾아볼 수 없다.
국가 차원의 도핑 스캔들 때문에 일부 선수에게만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로서 출전 자격이 주어진 러시아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한두 가지 색상만 사용하고, 러시아를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이 있어선 안 된다는 엄격한 규정을 적용해서다.
이런 논란에도 자스포트 디자이너들은 현대적이면서도 유행에 맞는 컬렉션을 뽑아냈다는 게 포브스의 평이다.
프랑스 대표팀은 이번에도 자국 의류브랜드인 라코스테를 선택했다.
프랑스 선수들은 개·폐회식에선 날렵한 푸른색 운동복 바지에 빨간색과 흰색으로 포인트를 준 파카를 입었다. 프랑스 국기를 상징하는 색상이다.
메달을 딴 선수들은 색의 조합을 달리해 흰색 바탕에 붉은색과 푸른색이 가미된 단복을 입고 시상대에 오른다.
라코스테는 브랜드 상징인 악어 로고도 삼색 조합으로 부착해 브랜드가 지닌 '프랑스풍'을 강조했다.
전반적으로 세련됐지만 '패션의 나라' 프랑스에 기대하는 '뭐라 말할 수 없이 좋은 점'은 눈에 띄지 않아 파리가 여전히 스타일의 중심지인지를 의심케 한다고 포브스는 지적했다.
흰색과 파란색 조합의 핀란드 선수단복은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인 아이스픽이 제작한 것으로, 약간 기이하지만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포브스는 평했다.
아이스픽은 핀란드 소나무의 은백색에서 영감을 받은 무늬를 통해 핀란드의 모습을 드러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기능성의 원단이 눈에 띈다.
업체 측은 거침없으면서도 현대적 디자인과 고기능성으로 핀란드의 자신감을 담으려 했다지만 핀란드가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선보인 특이한 의상들은 2006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핀란드 밴드 로르디의 파격적인 무대 의상을 연상케 한다고 포브스는 평가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선수단복을 연출한 캐나다는 무릎까지 오는 긴 빨간색 점퍼에 뒤에 새긴 단풍나무 로고로도 모자라 앞에는 영문명으로 '캐나다'를 크게 박았다. 캐나다 선수와 팬들이 꼭 하고 다니는 벙어리장갑도 빼놓지 않았다.
빨강과 검정이 뒤섞인 격자무늬 셔츠와 털모자, 야구모자도 세트로 있다. 포브스는 '벌목꾼 스타일'로 평하고, 모든 사람이 패션 감각을 인정받는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이 단복을 입는 모습을 보길 원할 것이라고 평했다.
미국 대표팀의 단복을 담당하는 랄프 로렌은 2014년 소치올림픽 때 비난받은 피코트를 의식한 듯 이번에는 심플한 디자인의 다운 재킷과 운동복 바지, 스웨터를 선보였다.
랄프 로렌 특유의 '미국 스타일'을 덜어내고 요란함도 줄여 수술이 달린 카우보이 장갑과 청바지 패션에도 불구, 선수들은 경기장에 입장할 때 패션쇼 런웨이를 걸어가는 듯한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영국은 비스포크 재단 전문가들을 배출한 나라답게 정장을 선택했다. 유니폼 제작자인 사이먼 저지가 제작한 정장은 전통적인 영국 스타일을 살리면서도 단순하고 현대적인 해석을 더해 체형에 상관없이 어느 선수에게든 잘 어울린다. 남성용으로는 파란색 슬림한 재킷에 흰 셔츠와 조끼, 올림픽 오륜과 영국 왕실의 상징인 사자로 장식된 타이가 지급된다. 여성은 같은 색상의 바지 정장에 빨간색 랩톱을 착용한다.
하지만 잿빛 하늘과 단조로운 취향으로 유명한 나라답게 단복에는 활기가 부족하다는 게 포브스의 지적이다.
최악의 선수단복으로는 노르웨이가 꼽혔다. 올림픽 때마다 컬링 선수들이 화려한 체크무늬 바지를 입고 나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노르웨이 선수팀은 이번에 한술 더 떠 마치 불꽃놀이가 일어난 듯한 디자인을 선택했다.
포브스는 "컬링은 이미 600년 역사를 지닌 운동"이라며 "노르웨이 컬링 선수들이 이런 식으로 우리의 뇌피질에 각인시킬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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