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명 사망 홍콩 이층버스 참사…"운전기사, 승객과 심하게 다퉈"

입력 2018-02-11 12:36
19명 사망 홍콩 이층버스 참사…"운전기사, 승객과 심하게 다퉈"

버스 늦게 출발해 일부 승객 꾸짖자 말다툼 벌인 후 과속 운전

생존자들 "버스, 비행기처럼 몰았다"…부상자 돕지 않고 영상 촬영하기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시내 도로에서 승객을 가득 태운 이층버스가 전도돼 19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기 전 버스 기사와 승객들이 심하게 다퉜다는 증언이 나왔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빈과일보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께 홍콩 타이포루(路)에서 872번 이층버스가 좌측으로 전도돼 19명이 숨지고, 63명이 다쳤다.

사망자 19명 중 15명은 남성, 4명은 여성으로 확인됐다. 18명은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1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부상자 63명 중 29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이 가운데 9명은 생명이 위태로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버스는 샤틴 경마장에서 타이포 지역으로 과속으로 달리던 중 내리막길에서 갓길 방향으로 전도됐다. 사고로 버스 차체는 심하게 훼손됐고, 유리창 등이 대부분 깨졌다.

오후 9시 30분 무렵 구조대가 본격적인 구조 작업을 벌일 당시 승객들 대부분은 버스 안에 부상한 채 쓰러져 있었다.

생존자들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 버스 기사와 일부 승객이 심한 말다툼을 벌였다고 증언했다.

버스 기사가 출발 예정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도착하자 일부 승객이 큰 소리로 꾸짖었고, 이에 기사와 일부 승객 사이에 욕설까지 주고받는 심한 말다툼이 벌어졌다.

한 승객은 "일부 승객이 꾸짖자 그는 기분이 몹시 나쁜 것처럼 보였고, 이후 비행기를 모는 것처럼 버스를 몰았다"고 전했다.

다른 승객은 "그는 굉장히 버스를 빨리 몰았고, 내리막길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며 "버스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될 때 그가 운전대를 놓은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생존자 한 명은 "버스는 평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고,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소리가 난 후 버스가 뒤집혔다"며 "승객들이 여기저기 내팽개쳐지고 다른 사람 위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소방당국은 "사고가 날 당시 버스 안은 회전하는 세탁기 내부와 마찬가지였다"며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이 척추 골절상 등을 당했으며, 사망자 대부분은 머리를 심하게 다친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과속으로 사고를 일으킨 버스 기사는 냉혹한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고 후 버스에서 기어 나온 기사는 경찰에 신고한 후 버스 안의 부상자들을 지켜보기만 할 뿐 이들을 구조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료 기사들에게 메신저 왓츠앱으로 문자를 보내기까지 했다.

사고를 낸 30세 기사는 2014년부터 이 버스 회사에서 일했으며, 지난해 9월 파트타임으로 전환했다. 최근 나흘 동안 하루 7시간씩 일했으며, 이날 사고 전 4시간가량 근무했다.

버스 회사 측은 "이 기사는 사고가 난 노선을 잘 알고 있으며, 3주 전에도 운행한 적이 있다"며 "근무 성적도 양호한 편이었다"고 밝혔다.

버스 회사는 사망자 유족과 부상자에게 각각 8만 홍콩달러(약 1천100만 원)의 위로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경찰은 버스 기사를 체포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버스 기사의 사고 당시 심리 상태와 버스 주행 속도, 정비 결함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스 기사가 음주 운전이나 졸음운전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독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사고 경위를 조사할 것"이라며 "그 목적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버스 운행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당시 일부 승객의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가장 어린 승객인 리하오성(李灝生·16) 군은 "많은 사람이 다쳤지만, 저와 아버지만 부상자들을 돕고 있었다"며 "가벼운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길가에 서서 영상 촬영만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주홍콩영사관 측은 사고 피해자 중에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2003년 고가도로에서 이층버스가 추락해 컨테이너 트럭과 부딪쳐 21명의 사망자를 낸 사고 이후 최악의 버스 참사로 기록된다.

2008년에는 과속으로 달리던 버스가 사이쿵 로터리에서 사고를 내 18명이 사망하고, 44명이 다쳤다. 지난해 9월에도 이층버스가 교차로에서 보도 위의 행인을 덮쳐 3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다쳤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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