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평창올림픽 북미대화 불발…북미 긴장 지속"
"미국의 최대 압박 전략 계속될 것"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김여정, 김영남 등 북한 고위 인사들과 아무 접촉 없이 10일 한국을 떠났다.
미 백악관은 펜스 부통령이 북한의 고위급 인사와 만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으나, 북미대화 불발은 꽁꽁 얼어붙은 양국 관계의 일단을 여실히 드러낸 것으로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펜스 부통령의 '외면'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북한과 어떠한 대화나 공식 접촉도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미국 측 인식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스스로 비핵화 원칙과 대화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경제·외교적 압박을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최대의 압박' 작전이 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미 언론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당장의 남북 긴장을 완화하고 있지만, 북미간 긴장을 줄이지는 않는다고 본다"며 "미국의 최대 압박 캠페인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방한 기간 '외교적 결례'까지 감수하며 미국의 단호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정상급 인사들을 초청해 개최한 리셉션 행사에 뚜렷한 이유 없이 늦게 참석하고, 김영남 북한 상임위원장을 뺀 다른 나라 정상급 인사들하고만 악수한 뒤 먼저 행사장을 뜬 게 대표적이다.
김 상임위원장과 악수하는 상황이 연출돼, 미국의 의도와는 다른 '그릇된' 메시지가 전파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계산된 외교적 행동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는 미국이 펜스 부통령 순방 전부터 일찌감치 세계의 시선이 북미대화 가능성에 모이는 것을 차단한 것의 연장선인 셈이다. 백악관은 그가 출국한 지난 5일 브리핑에서 "펜스 부통령은 김정은이 올림픽에 대한 메시지를 '납치'(hijack)할까 봐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펜스 부통령은 또한 탈북자 면담, 천안함 기념관 방문 등 북한의 폭정을 부각하는 행보에 나서며, 북미대화 가능성을 선을 긋고자 했다.
그는 지난 9일 북미대화의 전제조건이 뭔지를 묻는 기자에게 "비핵화는 어떤 변화의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밝혀,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북미대화의 길이 결코 가까이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연구원은 "평창올림픽 이후 북한이 핵무장 국가라고 주장하며 한미 군사훈련 연기를 계속 요구한다면 지금의 (평화) 분위기는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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