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영상 통화하려고 머리카락 잘라 판 중국 소녀

입력 2018-02-09 19:19
어머니와 영상 통화하려고 머리카락 잘라 판 중국 소녀

6천100만 '류수아동' 문제 심각…네 살짜리 아이가 담배 피우기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스마트폰을 사서 어머니와 영상통화를 하려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서 판 12살 소녀 허징링의 사연이 13억 중국인의 마음을 울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보도했다.

중국 산시 성에 사는 이 소녀의 어머니는 도시로 돈을 벌러 나갔으며, 소녀는 조부모와 함께 산골 마을에서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다.

허징링은 "친구가 스마트폰으로 엄마와 영상통화를 하는 것을 보고 너무 부러웠다"며 "이것이 내가 가족에게 기여할 수 있는 유일한 수입"이라고 말했다.

이 소녀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팔아 300위안(약 5만 원)의 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연이 중국인들의 마음을 울린 것은 허징링이 농촌 출신으로 도시로 돈을 벌러 나간 농민공 자녀인 이른바 '류수아동'(留守兒童)이기 때문이다.

농민공 부모와 떨어져 농촌에 홀로 남겨진 류수아동들은 극심한 가난과 외로움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하기도 하며, 혼자 불을 피우다가 화재로 사망하는 등 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류수아동은 무려 6천1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중국의 소셜미디어에는 윈난(雲南)성 주안산바오(轉山包) 마을에 사는 류수아동인 8살 소년 왕푸만(王福滿)의 사진 한 장이 올라와 중국인의 마음을 울리기도 했다.

사진 속 왕푸만은 겨울옷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얇은 옷차림을 한 채 머리와 눈썹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 서리까지 맺혔고, 볼은 추위에 빨갛게 상기됐다.

이 초등학교에서 약 4.5km 떨어진 마을에 사는 그는 매일 1시간 넘게 걸어서 등교한다. 영하 9도의 맹추위 속에서도 목도리나 장갑을 하지 않은 채 걸어서 등교하다가 이런 모습이 된 것이다.

담임교사가 찍은 이 사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국에 전해졌고, 그에게는 '눈송이 소년'(氷花男孩)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더구나 후난(湖南)성에서는 부모가 농민공인 4살짜리 남자아이가 조부모의 방치 속에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이웃에 의해 찍힌 후 온라인에 퍼져 중국인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SCMP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20년까지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중국에는 아직 너무나 많은 가난한 류수아동이 있다"고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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