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NYT, 北 평창올림픽 참가 물밑 외교전 소개
바흐 IOC위원장 1년반 전부터 동분서주…한·미·중에 도움 요청
방북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 "대화의 방법으로 올림픽 이용하라"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북·미 관계 악화 속에서도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한 데에는 한국 정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유엔의 숨은 외교 노력이 있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8일 '조용한 외교가 핵 대치 속에서 올림픽을 구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막후 외교전을 상세히 소개했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끌어내기 위해 가장 일찌감치 뛴 사람은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이었다.
그는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서 북한 관리들을 만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저촉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이 금융·설비지원을 받아 평창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웠다.
IOC의 초청장이 이듬해 2월 북한에 도착했으나 북한은 선뜻 응하지 않았다.
바흐 위원장은 한국, 중국, 미국의 국가 정상을 차례로 만나 도움을 호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흔쾌한 지원 약속을 받지 못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재임 중 최소 세 번 만났으나 박 전 대통령이 북한에 강경했던 데다, 2017년 탄핵의 길로 접어들면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바흐 위원장을 돕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도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바흐 위원장이 그해 6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났으나 미국의 대북 정책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작년 7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9월 6차 핵실험까지 하자 바흐 위원장은 그야말로 '사면초가'가 됐다.
그는 9월 말 서울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이 문제를 협의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이에 '믿을만한 채널'이 부재했던 게 걸림돌이었다.
북한이 11월 신형 ICBM '화성-15형'을 발사하자 평창올림픽이 순조롭게 열릴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시기에 북한을 방문해 올림픽 참가를 설득한 사람이 12월 5일 북한에 들어간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었다.
미국 외교관 출신으로 '트럼프 정부'의 방북 허가를 받은 펠트먼 사무차장은 "우리는 그들에게 올림픽을 활용하고, 대화를 이어가는 방법으로 올림픽을 이용하라고 제의했다"고 말했다. 이때도 북한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한국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과 때를 같이해 외교 노력이 절정에 달했다.
한국과 미국은 이어 한미연합훈련 연기에 합의했고, 북한은 평창에 북한 선수단 파견을 발표했다.
NYT는 그러나 올림픽이 북핵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미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평창 올림픽은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정상적 국가'로 보일 수 있는 계기라면서 "북한으로선 정치·경제적 비용이 들지 않는 데 왜 참가 안 하겠는가"라는 견해를 보였다.
quinte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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