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판사' 양형체험 인기…체험 후엔 극단적 형량 줄어

입력 2018-02-09 16:30
'당신이 판사' 양형체험 인기…체험 후엔 극단적 형량 줄어

오픈 한달 만에 3만5천명 방문…'살인범에 집행유예' 체험 전 10%→체험 후 2%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지난달 2일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국민 양형체험 프로그램이 한 달간 접속자 수가 3만5천명을 넘는 등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대법원이 9일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이달 4일까지 '국민 양형체험 프로그램-당신이 판사입니다'(http://sc.scourt.go.kr)에 접속한 참여자는 총 3만5천463명을 기록했다. 프로그램을 끝까지 마친 참여자는 1만7천100명이었다.

양형체험 프로그램은 실제 발생했던 살인사건과 절도사건을 재연한 동영상을 보고 피고인·변호인·검사의 주장을 들은 뒤 타당한 형량을 선택하는 내용이다.

프로그램에 참여자들은 체험하기 전과 그 이후에 선택한 형량에 상당한 차이가 났다고 대법원은 소개했다.

개괄적인 사건 개요만 보고 형량을 선택할 때는 집행유예나 무기징역 등 극단적 형량을 선택한 경우가 많았지만, 프로그램을 체험한 뒤에는 그런 경향이 줄었다.

살인범죄의 경우 집행유예 선택비율이 체험 전 10%에서 체험 후 2%로 감소했다. 무기징역 판단도 체험 전 5%에서 체험 후 0.5%로 줄었다. 10년 이상의 장기형을 결정한 비율도 체험 전 14.5%에서 체험 후 2.8%로 감소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량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을 체험자들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극단적 선택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체험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형량은 실제 해당 사건에서 재판부가 선택한 형량과 일치했다고 대법원은 전했다. 프로그램에서 제시된 살인사건은 실제 법원이 징역 5년을 선고했던 사건인데, 참여자들도 징역 5년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프로그램 체험 후 게시판에 "법과 정치 수업시간에 쓰면 좋을 것 같다"고 소감을 올렸다. 법학전공 대학생도 "언론에 보이는 일면을 가지고 판결에 불만을 가진 적이 있었다"며 "국민감정에 반하는 판결에는 적극적인 사유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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