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연구진, 세계 처음으로 체외에서 인간 난자 배양 성공(종합)

입력 2018-02-09 20:10
영·미 연구진, 세계 처음으로 체외에서 인간 난자 배양 성공(종합)

"난자 성숙 이해에 돌파구…"재생 의학·불임치료에 기여 기대"



(서울 런던=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황정우 특파원 = 영국과 미국 과학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실험실에서 인간 난자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연구진은 20대 후반과 30대 여성 10명에게서 난소 조직을 채취해 완전히 성숙한 난자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전에 쥐의 난자를 배양하거나 이미 어느 정도 성숙한 단계에서 인간 난자를 배양한 적은 있지만, 인간 몸 밖에서 초기 단계부터 시작해 완전히 성숙한 단계로 난자를 키워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은 난소에 미숙한 난자가 있는 상태로 태어난다. 이 난자는 사춘기 이후에야 완전히 성숙한다.

연구진은 산소 수준, 호르몬, 단백질 등을 포함해 난자가 성숙할 수 있는 실험실 환경을 만들고 난자 배양을 시도했다.

연구진이 시도한 배양에서는 불과 10%의 난자 만이 성숙단계에 이르렀고 이들 난자도 정자와 수정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BBC 방송은 설명했다.

난자는 성숙하는 과정에서 유전 형질(genetic material) 절반을 잃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정자와 수정하는 성숙단계에 이르렀을 때 지나치게 DNA를 많이 가진 상태가 되는데 이번 연구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다만 연구진은 기술을 향상하면 이런 문제는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공동연구를 이끈 에벌린 텔퍼 에든버러대 교수는 "이런 단계에 이를 수 있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이 아주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난자 배양은 더 나은 배양 환경들을 만들거나 배양 난자의 성숙 상태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많은 일의 간섭을 받는다"면서도 "그럼에도 향후 여하한 임상시험은 차치하고 이번 실험은 인간 난자 성숙을 이해하는데 커다란 돌파구"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향후 새로운 재생 의학·불임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텔퍼 교수는 "실험실에서 인간 난자를 완전히 배양할 수 있다는 것은 가능한 불임 치료의 범위가 넓어진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여성은 성숙한 난자 또는 수정된 배아를 냉동시킬 수 있지만 어린 시절 암에 걸린 여성들은 이런 방법들이 가능하지 않다.

현재로선 이들은 난소 조직을 동결시켜 환자가 아이를 원할 때 동결된 난소 조직을 몸속에 다시 넣어 성숙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의료진이 동결된 난소 조직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발견되면 위험이 너무 크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실험실 인간 난자 배양은 더 안전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BBC는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실제 치료로 이어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구진은 이런 방식으로 난자를 지원하는 조건을 최적화하고 그것들이 얼마나 건강한지 연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자와 안전하게 수정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안전성 문제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즈대 헬렌 픽턴 교수는 "이런 돌파구는 매우 값지다"면서도 "이 난자들이 건강하고 제 기능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텔퍼 교수는 이러한 사실을 인정한 뒤 "다음 단계는 이 난자들을 수정시키고 생산된 배아를 실험하는 것"이라며 규제 승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에서는 연구 목적으로 실험실에서 배양된 난자를 수정시켜 배아로 만드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돼 있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과 뉴욕 인간생식센터 연구진이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9일 국제 저널 '분자 인간 생식(Moecular Human Reproduction)'에 실린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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