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수 있다' 가르친 알로이시오고 눈물 속 마지막 졸업식(종합)

입력 2018-02-09 16:47
'할수 있다' 가르친 알로이시오고 눈물 속 마지막 졸업식(종합)

국가대표 수문장 김병지 모교로 유명…소외된 학생을 지역인재로 양성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여러분의 졸업을 끝으로 학교의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가족은 졸업이 없습니다. 알로이시오 가족은 영원할 것입니다."

반세기 동안 소외된 학생들의 꿈을 키운 부산 서구 암남동의 알로이시오 전자기계고등학교의 마지막 졸업식이 9일 오전 열렸다.



마지막 졸업장을 손에 쥔 69명의 졸업생이 눈물 속에 부른 교가를 끝으로 알로이시오 전자 기계고는 폐교한다.

제 40회 졸업식에는 69명의 졸업생과 60여 명의 선배 졸업생, 마리아 수녀회 수녀와 재단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졸업생들은 회고 영상이 흘러나오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이들을 어머니의 마음으로 돌봐준 마리아 수녀회 수녀들도 마지막 졸업생들이 부르는 '감사가'를 들으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수녀들은 졸업장을 받는 학생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부르며 직접 만든 묵주를 나눠주고 학생들을 따뜻하게 안았다.



졸업생 이승란(18·여) 양은 "선생님과 수녀님들에게 혼도 많이 났다"며 "그때는 이해가 잘 안 갔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부족한 저를 돌봐주시고 키워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마리아 수녀회와 학교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진형주(19) 군은 "따뜻하게 대해준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이별도 슬픈데 학교가 그리워질 때 찾아올 곳이 없어져 슬프다"며 폐교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알로이시오 전자 기계고는 알로이시오 슈월츠 신부가 가장 가난한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을, 소외된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환경을 제공한다는 취지를 담아 1976년 3월 1일에 개교했다.

이 학교는 2016년 3월 1일 폐교한 알로이시오중학교와 함께 마리아 수녀회가 운영했다.

부모가 없거나 부모와 함께 살 수 없는 지역 아동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각종 기술을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고 사회로 진출시키는 인재 산실 역할을 해왔다.



해마다 취업률이 90% 이상에 달해 전국 최고를 자랑했다.

이 학교는 국내 스포츠 육성과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축구 국가대표 수문장이었던 김병지 해설위원과 스키 국가대표였던 김정민 선수가 이 학교가 낳은 대표적인 스타 선수다.

11회 졸업생인 김병지 위원은 "이 학교는 내게 축구를 계속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학교이고 도움을 많이 주신 김 소피아 (당시) 원장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기억에 남는다"며 "학교가 없어지니 아쉽고 오늘 졸업한 후배들도 각자 위치에서 사회에 필요한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는 2010년 정명훈 지휘자와 함께 미국 카네기홀에서 연주할 정도로 우수한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90년대 초 학생 수가 250명에 이르기도 했으나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어 학교를 운영하기가 어려워졌다.

박기수(56) 교장은 "알로이시오는 학교이기 전에 가족이었다는데 섭섭한 마음 이루 말할 수 없다"며 "학교는 없어지지만 국가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교육 지원이 꾸준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리아 수녀회와 부산시교육청은 알로이시오 신부의 교육 정신에 따라 폐교되는 학교를 지역 학생을 위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공간으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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