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기자 출신 노스웨스턴대 교수, 학생 상습 성추행 의혹

입력 2018-02-09 12:49
WP기자 출신 노스웨스턴대 교수, 학생 상습 성추행 의혹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탐사 보도계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워싱턴 포스트 기자 출신 대학교수가 제자들을 상대로 여성 비하 발언을 일삼고 성적 대상화한 혐의로 고발됐다.

8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노스웨스턴대 언론홍보학과(메딜 스쿨) 졸업생과 전 직원 10명이 '메딜 정의 프로젝트' 총책을 겸하고 있는 알렉 클라인 교수의 성추행 전력을 고발하는 '미투'(Me Too) 선언을 했다.

이들은 부총장과 학장 등 50여 명의 교직원을 수신인으로 한 공개편지에서 "클라인 교수가 지난 수년간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하거나 부적절한 성적 농담을 즐겼으며, 심지어 호텔 방으로 부르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메딜 미투'로 이름 붙은 이 공개편지에는 클라인 교수가 노스웨스턴대학에 부임한 2008년 이후 언론홍보학과에 재학했거나 '정의 프로젝트' 연구원으로 일한 10명의 여성이 서명했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정의 프로젝트'에서 일한 올리비아 페라(33)는 "클라인 교수가 성적으로 노골적인 발언을 반복했으며, 접근을 거부하자 일자리를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페라는 이어 "출장 중 '술 한잔 하자'며 호텔 방으로 부르기도 했고, 회의 중에 뒷목을 주무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생애 최악의 시간이었다"며 "6개월 만에 사표를 내고 대학 인사부에 보고했으나 아무 답을 얻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선언에 참여한 여성들은 클라인 교수가 여학생들을 업신여겼고, 성적 접근을 수시로 시도했으며 시시때때로 훈계하거나 통제하려 들었다고 비난했다.

메딜 스쿨 졸업생이자 정의 프로젝트 전 연구원인 앨리슨 플라워스는 "클라인은 대학 교수직과 권위 있는 프로그램 책임자로서의 권한을 남용했다"며 "그의 행태는 메딜 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제 끝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클라인 교수는 혐의를 부인하고 법적 대응할 의사를 밝혔다.

그는 "학생 사생활 보호를 위한 연방법 때문에 졸업한 학생들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는 없다"면서 특정 인물을 명시하지는 않은 채 "대부분의 주장이 '불만을 품은 한 명의 전 직원'으로부터 나왔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전 연구원 페라가 2015년 7월 일리노이 주 인권 당국에 클라인 교수와 노스웨스턴대학을 제소했으며, 대학 측으로부터 8천 달러의 합의금을 받고 소를 취하한 바 있다고 전했다.

노스웨스턴대학은 1990년대부터 '메딜 사법정의 프로젝트'를 이끌던 데이비드 프로테스 교수가 2011년 학교를 떠난 후 워싱턴 포스트 탐사보도 전문기자 출신 클라인 교수를 '메딜 정의 프로젝트' 총책으로 선임했다.

클라인은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도 일했고, 조지타운대학, 아메리칸대학에서도 강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측은 8일 오후 클라인 교수를 휴직 처리했다고 밝히고 "조사가 끝날 때까지 탐사보도 담당 교수직과 정의 프로젝트 디렉터 자리에서 물러나 있게 된다"고 부연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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