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로맨스 판타지…KBS '흑기사' 13.9% 종영
컬링 믹스더블 중계 승자는 SBS…6.5%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시작이 좋았던 만큼 갈수록 산으로 가버린 이야기가 더 아쉬웠다.
9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10분 방송한 KBS 2TV 수목극 '흑기사' 마지막회 시청률은 13.9%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성적으로 퇴장했다.
방송 기간 대부분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렀던 이 드라마는 종영일에는 MBC TV와 SBS TV가 2018평창동계올림픽 컬링 경기 중계로 같은 시간 각각 '뉴스데스크'(4.3%)와 'SBS 8 뉴스'(5.4%)를 뒤늦게 방송한 덕을 봤다. 9시 30분 시작한 tvN '마더'는 4.2%의 시청률(유료플랫폼)을 보였다.
'흑기사' 최종회에서는 수호(김래원 분)가 불로불사의 몸이 되고서도 해라(신세경)와의 사랑을 지키는 모습이 담겼다. 샤론(서지혜)은 소멸했다.
'흑기사'의 시작은 화려했다.
안정된 연기력에 '비주얼'까지 갖춘 김래원·신세경이 주연으로 나서고 '메리대구 공방전', '적도의 남자', '착하지 않은 여자들' 등 흡입력 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온 김인영 작가가 대본 집필을 맡아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극 초반 슬로베니아, 양장점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비롯한 독특한 영상미와 과거와 현대를 오가는 다채로움도 힘을 더했다.
시청률도 첫회 6.9%로 출발했지만 동시간대 경쟁한 SBS TV '이판사판'과 MBC TV '로봇이 아니야'가 허술한 이야기로 답보하는 틈을 타 방송 5회 만에 10%를 넘었다.
특히 '미녀 3인방'의 활약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20대 신세경부터 30대 서지혜, 환갑인 장미희까지 나이대와 무관하게 각자 미모에 빈틈이 없었던 덕분이다. 세 여인은 서로 다른 매력에 더해 안정된 연기로 신비로움부터 코믹함까지 짐을 균형 있게 나눠서 졌다.
그러나 중반부를 넘어가면서부터 샤론에 지나치게 무게가 쏠리면서 이야기는 균형을 잃었고, 한번 추가 빠지자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전생부터 이어져 온 샤론의 광기 어린 집착과 악행은 현생에서도 매번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면서 지루함을 안겼다. 그 사이 주인공인 수호와 해라의 자리는 점점 줄어들어 시청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일각에서는 드라마 제목을 '샤론 양장점'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이야기가 길을 잃으면서 수호의 초능력, 백희의 죽음, 해라와 샤론의 자연스럽지 못한 '백발화' 등 일부 갑작스러운 장면들도 반전이 아닌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엔딩을 두고는 tvN '도깨비'가 생각난다는 지적도 많았다.
화려한 시작과 달리 스토리가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흑기사'는 30분 일찍 시작하는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점점 시청자를 빼앗겼고, 이어 빠른 전개로 무장한 SBS TV '리턴'에도 무릎을 꿇었다.
'흑기사' 후속으로는 오는 28일부터 최강희·권상우 주연의 '추리의 여왕' 시즌2를 방송한다.
한편, 전날 2018평창동계올림픽 컬링 믹스더블(남녀 혼성팀) 예선 2차전 중계의 승자는 SBS가 됐다.
지상파 3사는 각각 오후 7시 30분부터 10시까지 중계했으며 SBS TV의 시청률은 6.5%, KBS 2TV는 5.7%, MBC TV는 4.0%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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