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빙속 황제' 크라머르 "이승훈과 간격 좁히겠다"
매스스타트 첫 출전…"같은 빙상이라 어렵지 않을 것, 金 따겠다"
평창 동계올림픽서 4관왕 도전…5,000m는 3연패 주목
(강릉=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르(32·네덜란드)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에서 맞붙게 될 이승훈(30·대한항공)을 향해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알고 있다. 일찌감치 그와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크라머르는 8일 저녁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올림픽이 사실상 내 첫 매스스타트 경기"라며 이같이 밝혔다.
크라이머는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량을 자랑한다. 스무 살 나이에 첫 올림픽 무대였던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5,000m 은메달을 차지했고, 2010년 밴쿠버와 2014년 소치에서는 이 종목 2연패를 달성했다.
이후에도 5,000m는 물론 10,000m에서도 월드컵 등 주요 국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싹쓸이, 사실상 지구에 그의 적수가 있겠느냐는 평가까지 나왔었다.
몇몇 외신들은 그가 팀 추월은 물론 이번 평창 대회에서 처음 도전하는 매스스타트까지 거머쥐며 4관왕을 달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400m 트랙을 16바퀴 돌기 때문에 거리로 따지면 장거리 종목이라는 이유다.
그러나 일각에선 쇼트트랙 방식이 접목돼 여러 명의 선수가 몸싸움을 벌이며 순위 경쟁을 벌여야 하는 만큼 아예 특성이 달라 크라머르가 자신의 장점을 백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크라이머는 "네덜란드 국내 경기에서는 매스스타트 경기를 몇 번 해보기는 했지만, 외국에서는 처음"이라며 "경험은 없지만 같은 빙상 경기인 만큼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우리 선수들은 모두 네덜란드 팀을 위해 금메달을 따려고 한다. 내가 따면 좋겠지만 누가 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10년 넘게 세계 최강 자리를 유지했지만, 그는 유독 올림픽 10,000m에서만큼은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우승 0순위'로 불리며 출전한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는 경기 도중 코스를 잘못 타고 들어가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며 실격 처리돼, 이승훈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모습을 씁쓸히 지켜봐야 했다.
4년 전 소치 대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5,000m에서 올림픽 신기록(6분10초76)을 써내며 우승했으나 10,000m에서는 같은 대표팀 동료 요릿 베르흐스마에 일격을 당해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그는 이번 평창 대회에서만큼은 10,000m에서도 금빛 질주를 펼쳐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생각이다.
크라머르는 오랜 기간 세계 최정상을 유지하면서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18살 때부터 항상 우승 후보로 경기를 치러왔다"며 "그래서 어떨 때는 이기려는 게 아니라 지지 않으려고 방어적으로 스케이트를 탄다. 그게 어려운 점"이라고 답했다.
2010년 밴쿠버 대회 때와 비교해달라는 질문에는 "그때 나는 22살이라 경험도 없었고 엄청난 부담감이 있었다"며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젠 이런 순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좀 더 편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크라머르는 사흘 뒤인 11일 오후 4시 강릉 오벌에서 열리는 남자 5,000m 경기에 출전,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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